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한국 국가경쟁력을 64개국 중 28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27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다. 국내경제, 국제투자, 고용, 물가 등 경제성과 부문에서 상승했지만 재정, 제도여건, 기업 여건 등 정부효율성 부문의 하락이 종합순위를 끌어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수입국가는 순위가 미끄러졌고, 수출국가의 상승이 도드라졌다.
20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4단계나 하락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한 단계 후퇴했다. IMD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부문별로 계량·설문 지표를 취합해 순위를 매긴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한국은 경제성과(22→14위)가 큰 폭 상승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반면, 정부효율성(36→38위)이 뒷걸음질했다. 기업효율성(33위), 인프라(16위)는 전년과 동일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경제성과 부문에서 국제무역(30→42위)이 눈에 띄게 내려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순위 변동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변동탓”이라며 “에너지 수출국인 카타인, 사우디, 바레인, 말레이 등은 상승했고, 영국은 한 단계 밀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 효율성 부문에서 재정순위가 32위에서 40위로 추락했다. 재정순위는 2018년 22위에서 2019년 24위, 2020년 27위, 2021년 26위, 2022년 32위로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GDP대비 재정수지가 9위에서 24위로 곤두박질쳤고, 일반정부 부채(22→29위)와 부채 실질 증가율(34→56위)이 크게 악화하면서 순위를 끌어 당겼다.
조세정책도 개인의 세부담으로 근로의욕이 떨어졌다는 설문응답이 많아 48위에서 51위로 하락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가 올라간 바 있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라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들어 법인세 인하 등 주요 정책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후진적 규제가 여전하다는 현실도 그대로 드러났다. 외국인투자자의 인센티브 매력도는 28위에서 40위로 미끄러졌고, 보조금의 경쟁저해 정도 역시 35위에서 45위로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기업효율성 부문에서는 생산성(36→41위), 금융(23→36위)이 뒷걸음질 쳤다. 노동 생산성 순위에선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생산성 국제경쟁력(51→54위), 대기업 효율성(35→39위) 등의 지표가 하락했다. 금융은 경쟁력 자체보다는 지난해 국내 주가 하락 및 하반기 자금시장 불안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인프라 세부 항목인 기본(16→23위), 기술인프라(19→23위), 과학 인프라(3→2위), 보건환경(31→29위) 등의 순위는 올랐지만 법적 환경의 기술개발 지원(48→52위), 기술개발 자금조달 용이성(30→36위) 등 순위는 내렸다.
IMD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으로, 1979년부터 주요국 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덴마크가 1위를 차지했다. 2위 아일랜드, 3위 스위스, 4위 싱가포르, 5위는 네덜란드 등이었다. IMD는 한국 순위를 89년부터 발표했는데 역대 최고는 2011~2013년의 22위, 최저는 99년 41위다.
한편 기재부는 “경제성과 부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을 통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역대 최고 순위로 상승했다”며 “다만, 재정 등 정부 효율성의 하락세가 지속돼 국가 경쟁력 순위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에 재정준칙 입법화와 건전재정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