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복합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가 사흘 동안 이어지는 경영 전략 재조정 마라톤 회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20일 ‘2023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부문별로 경영 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삼성전자의 국내외 임원급 230여 명이 온·오프라인 형태로 참석하며 최근 시장 여건과 기술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영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이날 수원 사업장에서 한종희 부회장 주관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중심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 21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사업부 회의가 열리고 22일에는 인사·마케팅 등 전사 점검 회의가 이어진다. 반도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0일 화성 사업장에서 경계현 사장 주재로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동행한 이재용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 실적을 좌우하는 DS 부문에서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와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황 등이 논의됐다. 최근 주요 리서치 기관들은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회복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초격차 유지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고부가 제품을 뜻한다.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데이터 처리 요구 용량이 확대되자 HBM이 주목받고 있다. 하반기 이후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최적화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DS 부문의 주요 과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이 대만 TSMC보다 앞서고 있다고 평가받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기반으로 한 수주 확대 전략이 논의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핀펫 기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TSMC에 밀리며 시장을 내줬지만 GAA 기반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GAA 공정은 기존 핀펫 공정에 전력 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해낸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삼성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AMD나 글로벌 1위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을 수주할 경우 단숨에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7월 언팩을 앞둔 갤럭시Z폴드 5 판매 확대 전략을 논의했으며 VD 사업부는 네오(Neo)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전략 제품의 차별화 전략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