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메가 플랜트 착공 계획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올해 2월 3조 7000억 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확보하겠다는 투자 의향서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제출했는데 인천시와 IFEZ 등 관련 지자체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연내 첫 삽을 뜨겠다는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본지 2월 4일자 1·13면 참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송도에 대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시라큐스 공장에서 차세대 의약품 생산 역량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생산 역량과 의약품 모달리티 다각화로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일 롯데지주(004990), 인천광역시, 인천 IFEZ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의 조속한 건립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이훈기 롯데지주 사장,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김진용 인천 IFEZ 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지자체는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토지 매매 계약만 남은 단계”라며 “앞으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인천 송도에 메가플랜트 착공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0위 권의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각 12만ℓ 규모의 위탁생산(CMO) 공장 3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초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2개의 CMO 공장을 세울 예정이었지만 기업공개(IPO) 이후 1조 2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2034년까지 3개의 공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상향했다. 글로벌 CDMO 시장이 유망한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완공 이후 연간 매출액 3~4조 원, 영업이익률 35%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착공을 시작해 ‘롯데바이오 캠퍼스’도 조성한다.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공유 실험실 등을 제공하고 임상·상업화·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라큐스 공장의 노하우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임상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라큐스 공장은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생산 시설이다. 임직원 99%를 승계했고 62개국 이상의 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 승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역량도 갖추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라큐스 공장에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ADC 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총 1000억 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인데 2025년부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ADC 플랫폼 전문 기업인 피노바이오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전략적 업무 파트너십을 통해 피노바이오가 개발한 ADC 항체 생산의 우선 공급자 요건도 확보했다.
북미 거점도 확대한다.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핵심 바이오 클러스터에 위탁개발(CDO) 시설을 구축하고 고객 접근성을 높여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의 세포주 개발 전문기업 엑셀진과도 협력한다. 세포주 개발부터 대규모 위탁생산까지 협력해 임상과 상업용 의약품 생산 등을 바이오텍에 지원한다. 엑셀진은 글로벌 제약사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독점적인 플랫폼을 통해 연간 100개 이상의 GMP 인증 세포주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협약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입성 의지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 IFEZ가 환영의 답변을 보낸 것”이라며 “국내 메가 플랜트의 연내 착공을 목표로 조속한 토지 매매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투자유치로 인천은 ‘초격차 바이오 도시’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됐다”며 “인천이 대한민국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구심점이 되도록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투자 유치와 산업 육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