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최근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기 위해 검토 중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일본의 특정 산업군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내놓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도 일본 기업과 시장을 조사하며 테마형 ETF 출시를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는 기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6개, 엔 선물 관련 펀드 1개, 부동산투자신탁(리츠) 관련 펀드 1개 등 8개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사가 일본의 유망 산업이나 기업을 선별해 직접 기초자산을 구성한 테마형 ETF는 아예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 구성 테마로 2차전지나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과 일본 정부는 중국발(發) 경제 안보 위험을 최소화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일환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일본에 약 5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D램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2차전지·반도체 등 여러 산업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이 일본 테마형 ETF 출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일본 증시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일(현지 시간) 3만 3370.42에 마감해 올 들어 30%가량 상승했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 3000포인트를 넘긴 것은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이다.
이전까지 한국 ETF 시장에는 일본 주식시장이 1990년부터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 탓에 관련 상품 자체가 많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레버리지’ ‘TIGER 일본엔선물인버스’ ‘TIGER 일본엔선물인버스2X’ 등은 2021년 초 유동 주식 수가 부족해 상장이 폐지되기도 했다.
증권가는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만큼 대형 종합상사, 자동차, 반도체 등 일본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관련 상품들의 수익률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금융 완화 정책을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주가 전망에 힘을 싣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