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고 현지 증권 전문가가 20일 강조했다.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터 매티슨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전무는 이날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제증권협회협의회(ICSA)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78%는 미국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5.00~5.25%까지 올랐다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5일 향후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길 확률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문가의 69.2%가 미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며 66.7%가 연준이 연착륙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연준은 이를 반영해 금리와 연관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인플레이션이 억제될 경우 연준이 긴축을 이어갈 이유는 사라진다.
ICSA 연차총회 3일차에 열린 이날 컨퍼런스는 ‘금융 산업의 미래를 대비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내년 미국 대선, 미중 패권 경쟁 등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번 퓨너레드 스웨덴증권시장협회(SSMA) 회장 겸 ICSA 회장도 “코로나 시대 이후 유럽의 금융시장은 회복권에 들었으나 아직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 업계가 거시경제 불안을 극복하려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토큰증권(ST)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특히 해외 전문가들은 국내 벤처투자 업계의 자금난 타개를 위해 ‘기업 성장 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BDC는 스타트업 등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다. 주식시장에도 상장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사에 간접 투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지금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의 시점”이라며 “감독 당국도 열린 자세로 건설적인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의 미래를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항상 위기를 기회 삼아 발전을 거듭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