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 시간) 국빈 방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인도에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방미 기간 머스크 외에도 주요 빅테크 CEO들과 잇따라 만나며 인도의 기술 분야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지렛대는 미중 간 긴장 고조 덕에 반사적으로 높아진 영향력이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뉴욕에서 모디 총리와 비공개로 만난 후 인도 투자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훌륭하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내년에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머지 않은 미래에 뭔가를 발표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앞서 머스크가 모디에게 인도 공장 설립 계획을 직접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테슬라가 인도 생산기지를 확대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와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는 여러 차례 모디 총리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며, 인도에 대해서도 “어느 큰 나라들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태양광 발전, 배터리팩,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래 잠재력이 크다고 꼽기도 했으며, 스페이스X의 위성전화 서비스 ‘스타링크’를 인도에도 제공하는데 관심을 표했다.
한편 모디 총리는 22일 열리는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알파벳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만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모디가 이와 별도로 23일에도 정보기술(IT) 업계 지도자들을 만나 인도로의 기술이전,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따른 사업지역 다변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인도 측은 모디의 이번 방미 동안 테크 분야 협력을 중요 의제 중 하나로 설정한 상태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따라 인도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를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인도에서 미국으로 반도체 수출 규모는 1분기에 4억9710만 달러(약 6400억 원)로 전년동기대비 38배나 뛰었다. 애플은 지난 회계연도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3배로 늘렸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인도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정부 승인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인도의 인프라다. 반도체 제조에 드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인도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못지않게 인도 역시 콘텐츠 삭제요청이 많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처럼 직접적 검열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삭제요청 역시 검열로 해석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몇 주 내 공개될 인도의 디지털 관련 새로운 법안 초안이 해외투자 유치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