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북미 산불·유럽 폭염·남미 가뭄…'탄소중립 기술'로 해법 찾는다

■온난화로 곳곳 기상이변 심화…국내서도 기술개발 박차

화학硏, 2차전지·수소 기술 개발

KIST, 탄소 포집·활용 R&D 총력

지질硏은 내년 물리탐사선 취항

7억톤 탄소 저장 대륙붕 확보 목표

삼성 등 기업들도 '탄소제로' 사활

화학연 연구원들이 수소 저장 기술 개발을 위한 촉매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제공=화학연화학연 연구원들이 수소 저장 기술 개발을 위한 촉매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제공=화학연




최근 미국 네바다주 북부의 엘코시에 이른바 ‘모르몬 귀뚜라미’가 집단 출몰해 거리 곳곳을 뒤덮은 사진과 영상이 화제가 됐다. 주민인 콜레트 레이놀즈 씨는 영상에서 “정말 역겹고 소름 끼친다. 집 전체가 벌레에 휩싸여 밖에 나갈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는 물론 토양침식, 수질 악화 등 생태계의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는 최근 미 서부에서 기후 온난화가 심해진 것과 관련이 깊다. 실제 캘리포니아주와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몇 년째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기습 폭우와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캐나다 산불 사태도 마찬가지다. 가문 데다 해충이 크게 늘며 소나무 등 고사한 나무가 급증해 화재에 취약해진 것이다. 지난달 초 발생한 산불이 전국 수백 곳으로 번진 뒤 진화가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의 엄청난 대기오염을 초래했다. 과학자인 케이샌드라 월드런 씨는 “잎말이나방과 유충이 남쪽 전나무 서식지에 있다가 북쪽으로 확산해 가문비나무가 대거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환경청(EEA)은 1980~2021년 홍수·폭풍, 혹서, 혹한, 화재·산사태로 인한 희생자가 19만 5000명, 경제 피해가 5600억 유로(약 772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럽을 강타한 폭염을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커진다. 스페인만 봐도 지난해 6~8월 폭염으로 4600여 명이 숨졌다. EEA는 농업이 파괴적인 영향을 받는 등 경제 피해가 커질 것이고 탈수나 열사병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남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70년래 최악의 가뭄이 덮친 우루과이 수도권에서는 염분 농도가 높은 강 하구 쪽 물을 섞어 공급하면서 짠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강수량이 풍부한 파나마조차 파나마운하 통행 제한에 들어갈 정도다. 남미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며 농산물 수출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114.2%나 폭등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시베리아 동토층과 히말라야 빙하도 급속히 녹고 있다. 6월 초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게 단적인 예다. 이런 현상은 수년째 심화하고 있다. 오마르 바두르 세계기상기구(WMO) 기후감시정책국장은 “시베리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온난화 지역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시베리아에서는 2016년 영구 동토층이 녹아 탄저균에 감염됐던 동물의 사체가 노출되며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이 폐사했다. 남극·북극에 이어 얼음이 많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빙하도 무너지고 있다. 네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높아지면 2100년에는 히말라야 빙하가 30~50% 없어지고 만약 3~4도 올라가면 동부 히말라야의 빙하가 75~80%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을 잠기게 한 대홍수 사태도 빙하가 녹은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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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는 지난해 “연간 평균 지구 온도가 앞으로 5년 가운데 1년은 일시적으로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1.5도 높을 확률이 50%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앞서 영국 기상청은 2015년 1~9월 지구 기온이 1850~1900년 평균치보다 1.02도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맞서 국내 출연연구소와 민간 기업들은 탄소 중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경우 2차전지, 수소, 탄소 포집·활용(CCU) 등의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차세대 전고체 전지, 리튬황 전지, 리튬금속 전지를 개발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고분자 전해질 소재와 전고체 고분자 전지 기술을 개발해 2차전지의 성능 하락과 발화·폭발 문제를 해소하는 성과도 냈다.

수소 생산·저장·유통의 핵심 요소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공정의 상용화를 위해 니켈을 활용한 고효율 촉매 기술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액체 화합물 속에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독일·미국 등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학연은 앞으로 선박·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모듈형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대면적 셀 세계 최고효율 달성,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등 다른 성과도 많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백신·치료제, 유전자치료 기술, 인공지능(AI) 활용 정보 기반 치료제 개발 등 첨단 바이오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탄소 중립을 위한 차세대 2차전지, 수소저장 기술과 수소연료전지, e케미칼 등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원으로부터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오기 전에 처리할 수 있는 CCU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병권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장은 “세계적으로 CCU 원천 기술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산학연 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서해 군산 분지에 이산화탄소 저장 후보지 5개를 정한 데 이어 2곳의 대심도 해양 탐사·시추를 하고 있다. 연간 100만 톤, 총 1억 톤의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병영 지질연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장은 “내년 취항 예정인 6900톤급 첨단 물리탐사연구선(탐해 3호)을 통해 총 7억 톤 규모의 대륙붕 저장소를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질연은 화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폐기물에 석고 등을 첨가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하고 연 2000톤급 파일럿 실험 설비도 구축했다. 또 전기차 폐배터리셀에서 희소금속의 98%를 재활용하는 등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LG화학·SK E&S 등 우리 기업들도 위기감을 갖고 탄소 중립 R&D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콥3(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을 포함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추진한다는 게 대기업들의 포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탄소 중립은 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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