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기관의 시장 진입에 대비해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는 당국이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관·투자를 그림자 규제로 금지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열리면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기업은 지난 2020년부터 차례로 수탁(커스터디) 사업을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 해시드와 협력해 합작사인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세웠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케이닥(KDAC)과 카르도(Cardo)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수탁 업무는 전통 금융권에서 금융 기관이 고객의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하는 서비스다. 대규모 자금을 다루는 기관은 도난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을 수탁 업체에 맡긴다.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 수탁 업무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진석 KODA 이사는 “투자 목적의 일반 법인을 포함해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상장 준비 중인 재단, 플레이투언(P2E, Play-To-Earn) 게임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등 사업 목적으로 커스터디를 이용하는 법인 등이 모두 고객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 수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 이사는 “투자자 보호, 투명한 유통량 관리, 안전한 보관 관리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재단 보유 물량에 대한 커스터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법률이 통과되면 재단에 대한 제3자 수탁이 의무화될 확률이 높아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 상품 개발에 힘을 쏟는 기업도 있다. 기관 전문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웨이브릿지는 미국에 자산 운용사 네오스를 설립하고 지난 달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웨이브릿지는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국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웨이브릿지 관계자는 “예를 들어 비트코인(BTC)을 대량으로 매수하고자 하는 기관이 있다면, 국내외 거래소를 통해서 한 번에 매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장외거래(OTC) 플랫폼”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투자를 하는 기관이 증가할 것이라 내다보고 이 같은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정보 서비스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면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테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경우 토큰의 움직임, 사용자 변화 등을 온체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웹2 기업이 마케팅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참고하듯 웹3 산업에서는 온체인 데이터가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 대표는 “기존에는 보통 가상자산 투자에 온체인 데이터를 참고했다면 앞으로는 산업 관점에서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