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美 노동시장 강세의 비밀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일자리 증가 계속 월가 전망 웃돌아

이민 노동자들 고용 크게 늘어나고

실직했던 여성들 취업시장 돌아와

팬데믹 끝나자 경제에 활력 부여





미국 경제가 5월 한 달 동안 33만 9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며 이번에도 월가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노동시장이 월가의 고용 전망을 추월한 것은 지난 14개월 사이 이번이 13번째다.



사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본격적인 침체가 조만간 들이닥칠 것이라고 지난 1년간 줄기차게 경고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침체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가 예상보다 잘나가는 이유가 뭘까. 바꿔 말해 경제가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이유가 뭘까.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진보 진영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언론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실패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공화당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돌리든 간에 경제 상황에 관한 정확한 수치를 뽑아내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월가의 전문가들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계속 헛다리를 짚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노동시장의 예상치 못한 강세를 주도하는 요인으로는 그동안 노동시장에서 과소평가됐던 두 그룹, 즉 이민자와 여성을 들 수 있다. 팬데믹 초기에 이민은 급감했다. 국경은 폐쇄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공중보건 비상 상황’을 빌미삼아 합법 이민 목 조르기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민 담당 기관의 지속적인 업무 지연으로 이미 입국한 합법 이민자들의 취업은 한동안 어려웠다. 그러나 그 이후 행정적 장애물은 거의 제거됐다.



오늘날 합법 이민 추세는 대체로 정상을 되찾았고 미국 내 이민노동자들의 수 역시 팬데믹 이전보다 늘어났다. 노동시장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토박이 미국인들의 고용 수준은 팬데믹 침체가 시작된 2020년 2월에 비해 0.3%가량 높아졌다. 반면 외국 태생 근로자들의 고용은 9.3% 증가했다.

관련기사



사실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노동시장 점유율은 전체 고용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이들은 토박이 미국인들이 남기고 떠난 공백을 빈틈없이 채우면서 팬데믹 이후의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민 증가는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경제 분석 전문가들이 개선된 이민 시스템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을 경기 예측모델에 반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들의 몫 이상을 해낸 예상 외의 그룹이 또 있다. 바로 여성들이다. 2020년 나돌던 이른바 ‘쉬세션(shecession)’에 관한 얘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쉬세션은 여성(she)과 경기 침체(recession)의 합성어로 팬데믹이 불러온 경기 침체로 인한 여성의 대량 실직을 뜻한다. 여성들이 겪은 고용 충격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한 결과다. 요식업이나 미장원처럼 대중과 직접 접촉해야 하는 코로나 민감 업종은 주로 여성을 고용한다. 식당과 미장원 등 대중서비스업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고 상당수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학교와 탁아시설이 폐쇄되면서 자녀를 둔 직장맘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코로나가 불러온 노동시장의 혼란으로 경력단절여성들이 속출하면서 직장 여성들이 한 세대 전의 위축된 고용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3년 후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학 졸업과 은퇴 사이의 근로 적령기에 속한 25~54세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노동 인력과 취업 인구에서 이 연령대에 속한 여성의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에 달한다. 남성의 경우는 다르다. 노동 인력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에 비해 여전히 높다. 하지만 노동 인구 가운데 주요 근로 연령대에 속한 남성의 비율은 2020년 2월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추가 감원과 경기 침체 등 수개월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비관적 경기예측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고 걱정할 만한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월가의 예측이 틀린 게 아니라 다소 성급하게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부정적 예측은 부분적으로 가파른 금리 인상과 우리가 최근 목격한 긴축재정의 복합적 산물이다. 역사적으로 이 같은 요소들은 늘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 아직 우리가 이들의 온전한 영향을 보지 못한 것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금융 스트레스 기미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설사 전문가들의 예상이 조만간 현실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팬데믹 위기 속에서 국가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데 크게 기여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