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할리우드 리포트] 물과 불의 상성 관계 ‘엘리멘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 거주자들이 함께 사는 도시에서 불 같은 젊은 여자와 흐름에 순응하는 남자가 만나 서로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Disney/Pixar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 거주자들이 함께 사는 도시에서 불 같은 젊은 여자와 흐름에 순응하는 남자가 만나 서로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Disney/Pixar




별로 예쁘지 않은데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가 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에 등장하는 불의 자치구에 속한 여자 앰버 루먼(레아 루이스 목소리 연기)이다. 불, 물, 공기, 흙 등 4개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에서는 원소들이 각자의 자치구에서 살아가며 서로 섞이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워터 가이’ 웨이드는 열정적인 성격의 앰버를 만나 사랑을 키우고 앰버는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웨이드를 만나면서 자기 속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된다.

‘엘리멘탈’을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픽사에서는 장난감이나 금속 자동차를 만드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이펙트 캐릭터’를 만든다는 건 새로운 시도였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동원되어 진짜 움직이는 이펙트 캐릭터가 탄생했다”며 “불(앰버) 바로 옆에 물(웨이드)이 그려졌을 때 넘치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이 두 캐릭터가 영화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목소리 연기를 한 레아 루이스와 마무두 아티, 데니스 림 프로듀서와 함께 가진 화상 기자회견 자리에서 손 감독이 공개한 앰버와 웨이드의 탄생 비화다.



손 감독은 “불과 물은 천적이다. 하지만 게임 ‘아스매지카 2’나 ‘원신’에서 물과 불은 증발, 융해 등을 일으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불과 얼음(물)은 서로 상극이지만 원신 속성에는 상성이 있어 강렬한 반응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불을 끄는 건 물이기에 불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령한 듯 보인다. 앰버처럼 다혈질이고 성질이 급한 ‘불’의 캐릭터에 휘둘리거나 말려든다. 하지만 불을 제압하는 것 또한 ‘물’이기에 웨이드의 긍정적인 면이 앰버를 포용하게 된다.

관련기사



불의 여자 엠버(레아 루이스 목소리 연기)와 물의 남자 웨이드(마무두 아티)가 에어볼(공기 원소)팀 크롭더스터스의 광팬인 게일(웬디 맥렌든-코비)과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Disney/Pixar불의 여자 엠버(레아 루이스 목소리 연기)와 물의 남자 웨이드(마무두 아티)가 에어볼(공기 원소)팀 크롭더스터스의 광팬인 게일(웬디 맥렌든-코비)과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Disney/Pixar


‘엘리멘탈’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손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영화다. 앰버가 사는 ‘파이어 타운’은 이민자 구역으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뉴욕 브롱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로서리 마켓을 운영했던 그의 부모와 함께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에서 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을 경험하면서 그는 공감 능력과 다양성의 가치를 배웠다. 손 감독은 “학교 다닐 때 화학 시간에 본 원소 주기율표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주기율표의 한칸 한칸이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 같다는 느낌이었고 어린 시절 살았던 아파트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워터 가이’로 통하는 피터 손 감독에게 그와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들은 무한 신뢰를 보낸다. 매사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손 감독과 자신들을 믿고 픽사의 제작과정을 믿기 때문이다. 그의 전작 ‘굿 다이노’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만져 보고 싶은 공기 게일과 흙 클로드, 위험천만 불 앰버와 흐름에 순응하는 물 웨이드가 등장한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카’ 등 문화 아이콘을 끊임없이 생성해낸 픽사의 캐릭터와는 다른 지점에 있는 네 원소들은 사는 곳도 다르다. 엘리멘트 시티에서 시청은 흙으로 만들어진 가든 지구에 있고 앰버의 가게는 파이어 타운에 있다. 웨이드의 가족은 아름다운 물가에 살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려면 공기 속 에어 스타디움에 가야 한다.

이처럼 각 원소마다 고유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데 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라우브의 노래 ‘스틸 더 쇼’(너를 만나기 전까지는)이다. 싱어송라이터 라우브의 열렬한 팬이라는 손 감독은 “라우브는 사랑에 대한 생생한 감정을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앰버와 웨이드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에너지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음악”이라며 “곡을 의뢰하고 초기 콘티를 보여주었을 때 라우브가 불과 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연결해주었다. 불가능한 둘이 처음으로 합쳐지는 ‘원초적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데 정말 감동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HFPA 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