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서울 명동에 위치한 90여 년 역사의 옛 제일은행 본점을 복합문화쇼핑공간으로 조성한다. 단순 백화점이 아닌 파리 오르세미술관과 빈 미술사박물관처럼 대중이 문화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한 층을 상업사박물관과 근대·건축사박물관 등 전시공간에 할애하기로 했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한식 디저트카페도 들어선다. 신세계는 리모델링한 옛 제일은행 본점을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면세점·레스케이프호텔과 묶어 명동 일대를 ‘신세계 타운’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찌감치 인근 소공동에 롯데타운을 조성한 롯데그룹과 ‘유통 1번지’를 둘러싼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옛 제일은행 본점 용도 변경 및 대수선’ 안건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신세계는 문화재위 측에 파리 오르세박물관과 빈 미술사박물관 사례에 착안해 옛 제일은행 본점 리모델링을 구상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2015년 옛 제일은행 본점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부터 매입했다. 건물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35년에 지어진 옛 제일은행 본점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로 개조를 위해서는 문화재위의 허가가 필요하다. 신세계 측이 공개한 리모델링 방안을 보면 우선 지하 1층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연결 통로가 조성된다. 지상 1층부터 3층에는 판매 시설과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이다. 4층은 상업·근대·건축사를 아우르는 종합 전시관으로 꾸며진다.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올해 내부 공사를 본격화해 2025년께 문을 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위원회는 주방의 안전성과 용도 변경으로 인한 하중 증가에 대한 구조 검토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신세계 측은 “외국 사례처럼 대중이 쉽게 문화재를 접하고 문화재 활성화와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