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프로그램은 다행히 안 깔렸고요, 앞으로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는 함부로 누르시면 안 돼요. 어르신”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LG유플러스 미금역7번출구점을 찾은 고령의 A씨는 매장 직원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통한 금융사기)’을 당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매장을 찾았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올해 4월 말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배움실’을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미금역7번출구점에는 A씨와 같은 이용자가 하루 4명꼴로 방문한다.
이날 찾은 배움실은 매장 한 켠에 4인용 테이블과 스탠드형 TV 1대를 두고 직원들이 민원을 해결해주는 간단한 서비스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매장 방문자 수는 평월 대비 15% 증가했고 이 중 20%는 타 이동통신사 가입자였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힐 가능성을 찾은 LG유플러스는 신규 가입자, 특히 여전히 오프라인 서비스 수요가 큰 고령층을 유치하는데 활용할 방침이다. 마침 최근 공공기관 한 곳으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아 수도권의 다른 직영점들에도 배움실 도입을 공동 추진 중이다.
열명으로 이뤄진 LG유플러스 ‘매장플랫폼 태스크포스(TF)’에서 해당 사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유일한 사원급 직원이자 TF 막내인 한송이(29) 매니저다. 한 매니저는 “대학 시절 한 이통사의 대외활동에 참여해 노인복지관에서 반년 간 스마트폰 교육을 했고, LG유플러스 입사 후 처음 3년 동안에도 매장관리 업무를 맡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싶다거나 광고를 잘못 눌러 불법 앱이 자동 실행된다는 등, 대처법이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민원이 수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입장에서 이같은 민원은 업무 외적인 일이라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본사가 나서서 업무 범위 안으로 가져온다면 고객 접점 확대라는 사업적 효과 및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사회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2월 TF에서 ‘매장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기획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자연스레 배움실을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또한 이 같은 한 매니저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TF에서 제안한 아이템 23개 중 두 번째로 이를 사업화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르면 다음달 서울 종로구 직영점에 배움실을 도입하고 보이스피싱 예방, 사진 촬영법 등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강의도 개설할 계획이다. 지상환 미금역7번출구점장은 “친절한 손주뻘 직원들을 보러 매장을 자주 찾는 어르신들도 있는데, 이는 배움실을 통해 기존 일회성의 매장 이벤트로는 어려웠던 단골 손님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며 “한달 사이에 스미싱 악성 프로그램을 찾아서 지워준 일도 있었고 스마트워치 사용법을 알려드렸더니 해당 기기 요금제에 가입한 실질적인 고객 유치 사례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