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로 이름을 알린 부산 양대 폭력조직 중 한 곳의 두목이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전국 각지의 폭력조직원과 유명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식장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열렸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부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5시 부산 중구의 한 호텔에서 폭력조직 ‘신20세기파’ 두목 A씨(50)의 결혼식이 열렸다. 호텔 주차장 입구에 고급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가고 결혼식장 앞에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보낸 30여 개의 화환과 지역 정치인, 기업인이 보낸 휘장 등이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소규모 언론사 명의의 화환도 관찰됐다.
이날 호텔 앞은 예식 1시간 30여분 전부터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다녀 긴장감이 고조됐다. 검은색 차들이 잇달아 들어섰고 주변 도로에도 검은색 차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은색 차량에서 한 남성이 내리면 호텔 주변에 있던 남성 몇 명이 달려가 큰소리로 "형님"이라며 일제히 깎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호텔에서 50여m 떨어져 있는 한 도로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건장한 남성 10여 명이 한 차량 앞에 도열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예식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하객들이 몰려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식장 안에는 ‘연예인석’ 등도 마련됐다. 내부에서도 “형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식에서는 유명 남자가수의 축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혼식은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곳에는 전국 각지의 조폭과 유명 인사 등 대략 2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국의 주요 폭력조직원들이 모일 것으로 보이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복 경찰과 강력계 형사 30여명을 호텔과 결혼식장 요소마다 배치했다.
그러나 경찰이 우려했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투숙객이 조직원과 충돌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는 “평소보다 하객이 많은 것 같지만 별다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투숙객들의 민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신20세기파 동향을 주시하는 와중에 결혼식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결혼식에 온 하객들과 호텔 투숙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고, 결혼 주최 측에도 예식이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범죄단체 구성혐의 등으로 징역을 살다 2018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신20세기파는 1980년대 부산 중구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조직됐다. 부산 최대 조직으로 알려진 칠성파와는 30년 이상 라이벌 관계다. 2021년 두 조직은 서면에서 난투극을 벌여 조직원 70여 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영화 '친구' 속 배경이 된 조직으로도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