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물가와의 전쟁…이번엔 "밀가루값 내려야"

◆농식품부, 제분업체와 간담회

밀값 하락에도 가공식품 고공행진

제분업계 "7월 5% 인하 검토"

하반기 경기위해 물가 다잡기나서





정부가 전방위적인 물가와의 전쟁에 나섰다. 최근 공개적으로 라면값 인하를 압박한 데 이어 밀가루 등 제분 업계에도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라고 요구했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수출과 투자로 전환하기 전 진정세를 보이는 물가를 확실히 눌러 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풀이된다. 제분 업계가 7월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물가를 개별 품목 하나하나 압박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면서 기업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사조동아원 등 주요 제분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 국제 가격 하락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보다는 소비자에 돌아가는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며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할 때 정부가 제정·세제·금융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며 업계를 지원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물가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고 본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라면 업계에 자발적인 가격 인하를 요청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밀 가격은 많이 내렸는데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을 좀 더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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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밀 가격은 톤당 240달러 내외로 지난해 5월 400달러가 넘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하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은 식품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23일 14%의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시멘트 업계를 대상으로 ‘원만한 가격 협상’을 주문했다.

정부가 공언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정책을 위해서라도 물가 안정은 필요하다. 추 부총리는 이날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중견기업인 간담회에서 “물가가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하반기 경제 반등의 열쇠는 수출과 투자”라고 강조했다. 투자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 저물가인 만큼 정책 운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지금 물가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6~7월에는 2%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시장에 반하는 가격 개입 대신 정부의 긴축, 한은의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분 업계는 밀 선물 가격 하락과 물가 안정을 위해 7월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제분 공급 가격을 5% 내외로 깎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답답한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밀가루 선물 가격 하락이 실질적인 라면 생산 비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4~6개월이 걸린다”며 “원재료 비용뿐만 아니라 부동산비·인건비·물류비·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고 토로했다.


세종=우영탁 기자·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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