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 사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특허 심판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수년 간 이어지는 소송에 기업들의 경영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한화와 태양광 전지회로 스크린프린터 업체 SJ이노테크는 2018년 부터 5년 넘게 끌어온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분쟁은 한화가 스크린프린터 개발을 자체적으로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한화는 태양전지 전극을 형성하는 메탈리제이션 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2011년부터 해당장비에 포함되는 스크린프린터를 SJ로부터 납품 받으며 협력을 진행했다. 한화 관계자는 “SJ가 고객 요구 사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장비 개발을 제안하고 사양서, 제작일정표 등 필수 서류조차 누락돼 있는 일이 있었다”며 “장비 지연이 생기면 해당 설비 전체 납품이 어렵고 다른 협력 중소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어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J는 한화가 자사의 핵심 기술을 탈취해 제작한 복제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2016년부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에 나섰다.
현재까지 사법부 등의 판단은 한화에 유리하다. SJ는 2016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한화를 고소했고 대구지검은 한화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SJ가 항고하자 대구고검도 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재항고 기각을 내리며 한화의 무혐의가 확정됐다. 공정위 고발사건 역시 대검찰청에서 한화의 무혐의가 확정됐다. 다만 민사소송에서는 판단이 엇갈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마저도 서울고등법원은 SJ가 제기한 100억 원 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술유용 배상액 5억 원 정도만 인정했다. 여기서 징벌적 배상액인 2배가 적용돼 총 10억 원 규모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년 넘게 이어진 재판으로 양측 모두 피해는 막대했다. 한화는 검찰로부터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고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한화관계자는 “사업이 크게 발목을 잡혔고, 관련 엔지니어도 대부분 퇴사하며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 뿐 아니다. 중소기업 인포존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자사의 문자전송 기술자료를 탈취하고 특허를 침해했다며 2020년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올 초 원고 패소 판결하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사의 기술이 서로 효과가 달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인포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상 특허 소송 대비 패소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특허 심판 심결 건수는 2018~2021년 20건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같은 기간 50%에서 75%로 크게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피해 건수는 2017년 78건에서 2021년 33건으로 크게 줄었다. 피해금액 역시 같은 기간 1022억 원에서 189억 원으로 줄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감시망이 촘촘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기 쉽지 않다”며 “오히려 중형 1차 협력사나 중소기업끼리의 기술 분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