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대통령실 "노란봉투법, 더 심각"…또 거부권 예고에 국회 전운

[양곡법·간호법 이어 충돌]

"기존법 무시하는 취지의 입법 우려"

與 "野 강행땐 필리버스터" 엄포

'이태원 특별법' 두고도 극한 대치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인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인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6월 국회 막판에 여야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이 이달 30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힌 가운데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또다시 ‘입법 전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도 여야 합의가 요원한 상태로, 야당의 방침에 따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이 시도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거론하며 “앞의 두 법이 예산을 너무 함부로 낭비하거나 의료 체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면 노란봉투법은 기존의 우리 법들을 마치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한 취지의 입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기존 법체계를 흔들 우려가 있는 만큼 사실상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관련 판결에서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대법원의 판례가 반드시 노란봉투법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회법상 직회부를 요구한 뒤 30일 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는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함께 강행해온 법안인 만큼 본회의에서 부의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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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야당의 입법 강행을 견제할 수단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효성이 부족한 수단임에도 여당에서 필리버스터를 거론하는 것은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을 야당의 ‘입법 폭주’ 이미지로 부각시켜 압박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민주당을 향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을 30일 본회의에서 또다시 일방적으로 날치기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국회 제1당이 아직도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예상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부 여당과 야당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강행 처리는 예상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문제의식을 보인 만큼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야당 주도의 본회의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최종 부결’의 흐름이 세 번째 반복될 가능성이 더 커진 탓이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더욱 한 치 앞을 내다볼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6월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도 여야 간 충돌에 강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 최장 180일, 본회의 심사에 최장 60일이 소요돼 내년 4월 총선 직전까지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는 출생 미등록 영유아 사망 재발 방지를 위한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은 안건으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희윤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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