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AI가 양형의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게 한계로 법관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원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26일 ‘AI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대법원 양형연구회 제10차 심포지엄’에서 “AI는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학습해 판단 구조를 형성한다”며 “데이터가 편견을 반영하고 있을 경우 AI 역시 그러한 편견을 답습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 편견은 다른 사회 분야보다 형사법 분야에서 더욱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 “정당하지 않은 요소가 양형에 반영된다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물론 평등권 등 기본권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의 태도나 증인의 증언과 같은 비언어적 행위가 실제 소송 기록에는 반영되지 않은 만큼 AI가 숙련된 법관의 관찰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만큼 유사 사건에 대한 사건별 양형 분포 현황, 통계분석 등 양형의 보조 도구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오세용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AI 법관 도입이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 부장판사는 “사법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양형 분야”라며 “통계분석 과정에서는 머신러닝·지도학습 등을 통해 더 신속하고 정확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형 분야에 AI가 도입될 경우 양형 편차가 감소해 선고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판 불복비율이 감소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만 AI가 법관을 대신해 재판을 진행하고 기록을 검토한 뒤 판결문을 작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봤다. 그는 “추상적인 불확정 개념의 해석·적용, 선례 없는 사건이나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른 판례 변경 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법적 추론과 논증을 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존재한다”며 “아무리 AI가 실제 인간 법관의 재판과 동일한 결과를 도출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AI 법관을 재판의 주체로 수용할지는 국민 대다수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