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거비 넘어선 사교육비, 공교육 강화가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정부가 26일 최근 3년간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6월 모의평가 등에 출제된 이른바 킬러(초고난도) 문항 사례 22개를 공개했다. 전문용어를 사용한 ‘로랜즈의 확장 인지 이론(모의평가)’을 다루거나 ‘클라이버의 법칙’을 지문으로 제시한 문제(지난해 수능) 등은 공교육 학습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킬러 문항을 수능 출제 단계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올 1분기 중고생 자녀를 둔 소득 상위 20%의 한 달 평균 교육소비 지출액(114만 3000원)이 식비(63만 6000원)와 주거비(53만 9000원)를 합친 금액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는 통계도 결국 초고난도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교육 과정을 뛰어넘는 킬러 문항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히기 위해 결국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 총액이 26조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는 과도한 사교육 의존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교육 쏠림 현상 심화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입시·교육 정책과 무관치 않다. 문 정부는 2017년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다 결국 철회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 정책 불신을 초래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은 학업 능력 우수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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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을 타파하고 학교 교육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근본 대책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수 교사를 적극 육성·영입하고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의 질적 개선을 통해 학교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수능 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핀셋식으로 제거하되 변별력 있는 문제들을 출제해 수능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교육 강화 정책을 촘촘하게 재설계해 집행해야 사교육병을 치유하는 백년대계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교육은 또다시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공교육의 빈자리를 파고들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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