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지식재산을 지켜야 대한민국이 산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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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나라를 지키는 기본은 국방력이었다. 국방력은 군대의 수, 무기의 양과 질 등을 기초로 국민들의 국방에 대한 헌신이 더해 유지됐다.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표어였다.



그로부터 40여 년. 나라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중점은 달라졌다. 아니 여러 분야로 확대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정말로 실감 나는 시대가 됐다. 이 말은 국방만이 아닌 경제·정보·스포츠 분야에서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쓰인다. 그중에서도 지식재산으로 대표되는 경제 분야에서 사용될 때 더욱 실감 난다.

1985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산은 32%의 무형자산과 68%의 유형자산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 비율은 35년이 지나면서 극적으로 변화했다. 무형자산이 90%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55만 6000건에 이르는 지식재산을 보유한 강국이 됐다. 국제 특허출원 순위도 3년 연속 4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 혁신지수 역시 지난 9년간 일곱 차례나 1위를 차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지식재산에 더해 K팝·K드라마·패션·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산이 확장되고 있다. 바야흐로 ‘K브랜드’가 세계적인 신뢰와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제 지킬 것이 더 많은 나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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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킬 것을 잘 지키고 있을까.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는 조사 대상 64개국 중 28위였다. 지난해 37위에서 순위가 많이 올랐지만 세계 4위의 지식재산 출원 국가임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됐을까.

예를 들어보자. ‘무무소(MUMUSO)’라는 중국 기업은 간판에 버젓이 ‘KR’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한글로 된 간판을 달고 종업원들은 한복을 입은 채 근무하고 있다. 판매하는 상품 역시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해외에서 인기 있는 우리나라 제품과 매우 유사하다. 해외 소비자들은 당연히 한국 기업이 만든 한국산 제품으로 인식할 게 뻔하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위조 상품으로 국내 기업의 매출이 22조 원가량 감소했다. 일자리 역시 3만 1753개나 줄었다.

정부는 현재 연간 250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국내외 지식재산 보호 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해외에서 K브랜드와 지식재산을 전문성 있는 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재고해봐야 할 대목이다.

지켜야 할 것은 국방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도 지켜야 한다. 그 중심에 우리의 지식재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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