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친미·친중 다 싫다"…민중당 후보 1위 급부상

■대만 총통 선거 D-200

중립·균형 선호 2030세대 영향

민중당 커원저 지지율 치솟아

민진당·국민당 양당구도 깨져

美·中 대리전 양상 긴장 고조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이잉원 총통이 3선 제한 규정으로 출마할 수 없어 새 인물이 앞으로 최소 4년간 대만을 이끌게 된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양안 관계는 물론 미중 패권 경쟁과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한중 관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대만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강 구도 아닌 3강 구도 형성= 대만 총통 선거는 전통적으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강 구도였지만 내년 선거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양당에 이어 제2야당인 민중당까지 더해 3파전 구도로 짜였다.

4월 12일 민진당은 당 주석인 라이칭더 부총통을 총통 후보로 선정했으며 국민당은 지난달 17일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 민중당도 국민당과 같은 날 당 주석인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선두를 달렸으나 최근 들어 커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며 라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며 1위로 올라섰다. 민진당은 당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고발 사태가 이어지며 라이 후보의 지지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평소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민진당에 실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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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20~30대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년층이 친미와 친중으로 나뉘어 대립하며 대만 독립에 대한 성향이 명확히 갈리는 것과 달리 2030세대는 중립과 균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허우 후보의 지지율이 3위로 밀리자 후보 교체론까지 제기돼 최종 경쟁을 벌인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중, 복잡해진 셈법=대만 총통 선거는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미중 양국에도 큰 관심사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 때 중국이 대만 선거에 관한 미국 정부의 관심 정도를 파악하는 데 애를 썼을 정도다.

라이 후보는 4일 지지 모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수용은 곧 주권을 양도하는 것”이라며 대만 독립을 강조했다. 미국은 민진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만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하며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국민당 편을 들며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후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중시하고 있다. 수시로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며 대만해협의 긴장감도 유발한다. 3월에는 국민당 소속으로 친중 성향인 마잉주 전 총통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등 대만 내 친중 여론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25일 자유시보는 익명의 대만 안보 관리를 인용해 중국이 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로 허위 조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만 독립을 위한 명분이냐, 체제 안정을 위한 실리냐에 따라 대만 국민들의 지지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안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데 따른 피로감으로 커 후보가 당분간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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