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 인상 시기를 회사 실적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기로 했다. 올 들어 1분기에만 3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자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노사 임금교섭을 진행해 임금 인상률을 4.5%로 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다만 임금 인상시기는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부터 시행된다. 가령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경우 1월 이후 임금 인상분을 10월 이후 소급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측으로서는 현금흐름이 적자인 상태에서 추가 인건비 지출을 막을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임금인상률(4.1%·노사협의회 합의안 기준)보다 높은 임금을 얻어 낼 수 있어 상호 ‘윈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올해 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올해는 임금인상을 시행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 중 이같은 방식의 ‘실적 연동형’ 임금인상안에 노사가 합의한 곳은 SK하이닉스가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다운턴 속에서 노사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임금 교섭 1개월 만에 빠르게 합의안이 나올 수 있었다”며 “구성원들의 실리를 위한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의 전략적 판단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도 구성원의 자부심을 지켜내야 하는 회사의 고민이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임금 인상 해법을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한편 이번 합의와 별도로 기술사무직노조도 관련 내용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노조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영업이익 15%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 △생산량만 달성해도 생산성격려금(PI) 지급 △정년퇴직자 PS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연봉 상한제 폐지 △PS 1000%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