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투자(대출)하는 공모 리츠(펀드)가 나온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정비사업장의 돈줄이 막히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건설사도 사업성이 있는 일부 단지만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추세인 만큼 수익성 보전 등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27일 부동산신탁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노후 계획도시와 관련한 자금 조달 개선 방안을 업계에서 취합했으며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공권 확보를 위해 그간 과열 경쟁을 벌이던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공사비가 급등하자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으로 인한 미청구 공사비가 늘어나자 공사만 맡아서 하는 단순 도급계약을 선호하고 자기신용으로 대출을 주선하는 보증채무는 꺼리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올 4월 금투협에 체계적인 재건축 추진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 특히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대규모로 추진되면 정비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수 있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은 신탁사와 증권사·저축은행·서울보증 등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신도시 사업장별로 특화된 공모·상장 리츠(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일산능곡리츠’ ‘평촌꿈마을리츠’를 만들어 공모하거나 증시에 상장해 투자자를 모아 공사비를 조달하는 구조다. 모리츠를 공모·상장해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고 신도시별 개별 하위 리츠를 운용하는 공모 재간접 구조도 제시됐다. 이들 모두 정부 기금이나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도 투자가 가능해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탁사의 역할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비사업에 한해 부동산 매입·개발 목적의 금전신탁을 허용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신탁계정 대여금 상환청구권을 유동화하는 방법 등이다. 회의에 참석한 신탁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신탁사 참여를 늘려 비용을 투명하게 하고 공사비 등 갈등을 줄이겠다는 취지”라며 “아직 초기 단계라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고 공사비와 금융 비용 부담이 여전한 만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컨대 분당펀드에는 아직 자금이 들어오겠지만 집값이 크게 떨어진 평촌펀드는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사업성을 누군가 보전해줘야 하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탁사 역시 정비사업 진입 통로가 넓어지더라도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보증채무가 늘어나면 신탁사의 부채비율과 순자본비율(NCR)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형 신탁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신탁 보수율은 2% 이하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시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수주해왔지만 사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금투협은 이와 함께 부동산신탁 업계의 대체 시공사 풀을 구축하고 신탁 방식 정비사업 육성을 위한 관리 방안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추진 과제를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종합적인 계획 및 관리가 필요한 대규모·중규모 사업장 △소규모 사업장 및 일부 공정, 지역 특화 시공 등으로 그룹을 나눠 49개사의 협력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들은 기존 시공사가 부도가 나거나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없는 현장에 투입돼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사업이 신탁사로 많이 넘어와 격월로 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업계와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며 “하반기 신탁 방식 정비사업 관계자 세미나와 업무 매뉴얼 등의 제작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