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쪽'된 비대면 진료…플랫폼업계 "다 죽을판"

[중기부 변협 고발]

시범사업 초진 금지에 편의성 뚝

약배송도 막혀 직접 약국 찾아야

쓰리제이 등 서비스 중단 잇따라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주최로 감염병 단계 하향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주최로 감염병 단계 하향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쓰리제이’는 이달 9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내부적으로 ‘피벗(사업 전환)’도 검토했지만 결국 비대면 사업을 접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이달부터 중단되고 시범 사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시범 사업의 경우도 초진과 약 배달이 금지되는 등 제한적인 비대면 진료만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앞서 또 다른 비대면 플랫폼 ‘썰즈’도 지난달 27일 비대면 진료를 중단했다.



27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한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 방침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개발자의 경우 기대감을 갖고 이직을 하는데 성장성이 의문시된 만큼 관련 인력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현재 재진 중심의 시범 사업 방향에 맞춰 플랫폼을 재정비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상 초·재진 환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보니 플랫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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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팬데믹 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1위 ‘닥터나우’의 기업가치는 2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코로나19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한 후 국내에서도 코로나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비대면 진료는 불법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시범 사업을 통해 ‘호흡기’를 달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중단이나 영업 위축 등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러다 다 죽을 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 진료는 초진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병원이더라도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배송받을 수 있었다. 시범 사업은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했지만 기본적으로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약 배송도 금지돼 약국에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비대면진료시범사업자문단’을 발족했다. 자문단에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약 단체와 산업계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디지털헬스산업협회 등이 합류했다. 다만 실질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형식적인 소통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정협의체와 같이 정기적으로 개최되지 않을뿐더러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며 피상적인 논의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고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또 다른 대표는 “현재로서는 비대면 진료 자체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 등을 병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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