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악재성 이벤트를 쏟아내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명분으로 증자에 나서고 대주주가 주가와 상관없이 지분을 팔아 차액을 챙기는 ‘먹튀’도 반복되고 있다. 기업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되거나 주가가 급락한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던 정부와 금융 당국의 약속이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079160) 주가는 이날도 2.04%(200원) 떨어진 959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가를 나타냈다. CJ(001040) CGV 주가는 5거래일 동안 33.86%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전날보다 2.45%(4200원) 하락한 16만 7300원을 기록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주가는 8.47% 하락했다.
두 회사의 주가 급락은 대규모 유상증자가 배경이다. CGV는 시총을 뛰어넘는 총 57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증을 9월 중 단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신주(7470만 주)가 발행 주식 수(4773만 주)보다 많고 발행가(7630원)는 주가 대비 20% 싸다. 최대주주인 CJ가 부담하는 금액은 6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반 주주에 배정한다.
SK이노베이션도 23일 1조 1777억 원의 주주 배정 유증을 결정했다. 신주 819만 주(증자 비율 8.7%)가 발행되고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14만 3800원이다. 개인 주주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낮은 가격의 신주가 쏟아지게 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유증 재원이 신규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데 주로 쓰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금리에 은행 등에서 신규 대출이 쉽지 않자 개인 주주에게 돈을 조달해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J CGV는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 중 3800억 원을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다.
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나가 차익을 챙기는 ‘먹튀’ 논란도 개인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대표적이다. 쉰들러는 26일 공시를 통해 19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0.59%(9만119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쉰들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분쟁 분위기를 조성,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띄워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쉰들러가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자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4.99% 하락한 4만 95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2.7%까지 급락했다. 카카오(035720) 역시 먹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창업자의 특수 관계자들이 올 들어 장내 매도한 카카오 주식은 총 46만 6787주(약 300억 원)로 집계된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고점(2월 9일) 대비 30.3% 급락했다.
주가에 치명적인 횡령·배임 행위도 빈번하게 터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은 전날 콘텐츠 부문을 이끌어 온 김영규 공동 대표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한 콘텐츠 제작자의 횡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이날 5.89% 떨어진 5만 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화그룹 역시 사실상 최대주주 성격을 지닌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계열사 3곳이 거래 정지됐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개인 주주들이 이용만 당하고 낮은 주주 환원율로 기업 성장 이익은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며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기업들에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