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유아’의 인권유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들끓는 가운데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법안의 입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가족 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개정안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여야는 예상했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인 만큼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된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의료기관의 출생 정보 등록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포일로부터 1년 후에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소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출생신고에 필요한 출생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장이 이를 심평원에 통보하도록 한 것”이라며 “심평원은 시읍면장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해당 입법이 이뤄져 발효되면 의료기관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심평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출생신고를 하도록 모(母)에게 통지하고 이후에도 신고되지 않으면 직권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자칫 병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 의원은 “기본적으로 의사는 진료기록부만 작성하면 되고 의료기관장이 클릭 한 번으로 심평원에 전송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과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도 건강보험료 신청을 위한 절차가 의료기관장을 거쳐야 한다”며 “의료기관장이 출생 정보 통보를 회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 법사위원들은 출생통보제 시행 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어 법안 시행 이전에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병행 도입인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방안이다. 관련 특별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에서 보호출산제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출생통보제 개정안은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야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법사위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10여 건 계류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