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여부에 대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는 찬성·반대 여론이 팽팽한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의 학원·과외와 같은 사교육 서비스 접근성 격차가 킬러 문항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 성향 및 지지 정당,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 따라서도 여론이 엇갈렸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수능 킬러 문항 출제에 대한 응답률은 수도권에서 찬성 44.5%, 반대 44.6%로 집계됐다. 비수도권에서는 찬성 38.7%, 반대 52.3%로 수도권보다 반대 여론이 높았다.
비수도권 중 응답자 수가 50명 이하인 제주·강원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이 찬성 35.4%, 반대 54.6%로 가장 높은 반대율을 기록했다. 그다음 반대율이 높은 지역은 부산·울산·경남 51.9%, 대전·세종·충청 50.0%, 광주·전라 47.6% 순이다.
응답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킬러 문항 출제에 대한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18~29세의 경우 찬성 64.1%, 반대 29.6%로 나타났고 30대는 찬성 52.4%, 반대 41.9%, 40대는 찬성 48.8%, 반대 44.7%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반면 50대는 찬성 34.1%, 반대 57.0%로 반대 응답률이 높았고 60대 역시 찬성 30.3%, 반대 60.7%, 70세 이상도 찬성 18.7%, 반대 55.0%를 기록했다. 수능을 치른 후 지난 기간,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로 선택한 응답자 중에서는 킬러 문항 출제에 대한 찬성 응답률이 35.5%, 반대 55.2%로 반대가 우세했다. 지지 정당을 국민의힘으로 선택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찬성은 30.3%, 반대 59.8%로 나타났다.
중도 성향 응답자들은 찬성 44.8%, 반대 49.3%로 찬반 여론이 비등했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찬성 50.3%, 반대 40.1%로 찬성이 우세했다. 지지 정당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선택한 응답자들 역시 찬성 52.6%, 반대 38.4%로 진보 성향 응답자들과 비슷한 응답률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찬성 25.2%, 반대 63.8%로 반대가 우세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찬성 53.9%, 반대 37.9%로 찬성이 우세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교육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자들의 동조가 정치 성향, 지지 정당,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따른 응답률 차이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킬러 문항이 수험생을 고통에 빠뜨리고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킬러 문항만을 사교육 수요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고 정부의 정책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험생·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에게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를 ‘학원에 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 불안해서’ ‘학교 수업의 질을 신뢰할 수 없어서’ ‘선행 학습을 하기 위해서’ ‘방과 후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학원에 가지 않으면 또래들 사이에서 소외될까 봐’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학원에 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 불안해서’를 선택한 응답률이 44.3%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를 선택한 응답률은 각각 약 1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