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모여 미래 ‘유니콘기업’이 될 스타트업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미래 성장 동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LG의 판단이다.
LG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26~27일(현지 시간) 이틀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제1회 LG 오픈이노베이션 서밋’을 개최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2018년 미국에서 설립됐으며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 CNS 등 계열사 7곳으로부터 출자 받은 약 6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머리에 쓰는 고글 없이도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브렐리온’이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대표적인 투자 기업이다. LG는 지난해 9월 록히드마틴·코닝 등과 손잡고 이 회사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사이버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클래로티’와 고성능 배터리용 액화가스 전해질을 연구하는 ‘사우스8테크놀로지스’ 등도 LG가 투자한 기업이다. 사우스8테크놀로지스가 연구하는 액화가스 전해질은 배터리 성능을 높이면서도 날씨가 매우 춥거나 더운 지역에서도 배터리 안정성을 키우는 물질이다. 상용화할 경우 배터리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 이렇게 지난 5년 동안 LG가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만 약 4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투자 기업을 찾던 LG가 향후 본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는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이사 사장과 김병훈 LG전자 CTO(부사장), 신영준 LG에너지솔루션 CTO(부사장),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 등이 LG그룹의 기술 담당 최고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 경영진은 또한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형 VC인 ‘플레이그라운드 벤처스’ ‘로버트 보쉬 벤처캐피탈’ ‘시에라 벤처스’ 등도 방문해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LG가 운영하는 전자·화학·통신 등 분야에서 각 계열사 경영진이 직접 나서 신기술을 개척하고 유망 기업을 발굴하면서 현지 업계에서도 LG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현지 스타트업과 글로벌 VC만 해도 약 140여 곳에 이를 정도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은 아예 별도 세션까지 마련해 사업 현황과 미래 전략 등을 현지 기업들에 소개하기도 했다.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LG가 글로벌 전문가들과 미래 유망 산업 분야, 기술 등에 대해 논의하는 협의체인 ‘이노베이션 카운실’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플랫폼 ‘슈퍼스타트’ 등에 대해 소개했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앞으로도 LG 계열사들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유망 기업들과 교류를 확대해 개방형 혁신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