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엿 먹어라" 59년 전 학부모 항의 소동…"킬러 문항" 때문이었다

1965학년도 중학교 입시 시험에 '킬러 문항' 논란

해당 사건 여파로 중·고교 평준화 정책 확대 시행돼

1964년 12월 초등학교 6년생이 '디아스타제' 쓰임새를 다룬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는 현재 ‘킬러 문항’과 같은 초고난도 문제로 일컬어졌다. 사진=SNS 갈무리1964년 12월 초등학교 6년생이 '디아스타제' 쓰임새를 다룬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는 현재 ‘킬러 문항’과 같은 초고난도 문제로 일컬어졌다. 사진=SNS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한 가운데 ‘엿 먹어라’는 표현이 60여 년 전 중학교 입시 킬러 문항으로 인해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7일 뉴스1에 따르면 ‘엿 먹어라’는 표현은 1964년 12월 7일 치러진 1965년도 서울 시내 전기 중학교 입시 ‘자연’ 과목 18번 문제로 인한 논란에서 생겼다.

당시에는 중학교도 경쟁 입시였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을 명문 중학교에 입학시키고자 밤을 새워 공부하게 만들었다. 이에 ‘4당 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이라는 말이 유행이기도 했다.

논란이 된 18번 문제는 엿을 만드는 5가지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둔 뒤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답안 선택지로는 ‘①다이스타제 ②무즙 ③꿀 ④녹말'이 제시됐다. 공동출제위원회가 마련한 정답은 ①번 '디아스타제'였다.



그러나 당시 교과서에는 ‘침과 무즙에도 소화제 일종인 디아스타제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②번 '무즙'을 답으로 선택했지만 오답으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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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번 ‘무즙’을 선택해 1965년 명문 중학교으로 꼽히던 경기 중학교의 합격 점수(154.6점)을 아슬아슬하게 넘기지 못한 학생이 39명에 달했다. 탈락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집안 사람들을 동원해 법정 소송에 돌입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충분히 엿을 만들 수 있다’며 보란 듯 무즙으로 제작한 엿을 들고 서울시 교육청을 찾아가 김원규 교육감을 향해 “엿 먹어라”를 외쳤다.

결국 1965년 3월 30일 서울고법은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경기중 39명을 포함한 서울중·경북중 등 명문 중학교에 총 59명이 추가로 합격했다.

해당 사건의 여파는 거셌다. 이를 발단으로 1969학년도 입시부터 중학교 평준화, 1974학년도부터는 서울·부산 고교평준화, 1975학년도 대구·인천·광주, 1981년에 21개 도시로 고교 평준화 정책이 확대 시행된 바 있다.

1964년 12월 22일자 동아일보에 서울시 전기 입시문제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서울시 교육청에 찾아가 '엿 먹어라'고 항의하는 사건이 보도됐다. 사진=동아일보 갈무리1964년 12월 22일자 동아일보에 서울시 전기 입시문제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서울시 교육청에 찾아가 '엿 먹어라'고 항의하는 사건이 보도됐다. 사진=동아일보 갈무리


한편 지난 26일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가운데 총 22개의 킬러 문항을 가려냈다. 킬러 문항 예시를 공개해 올해 수능을 약 5개월 앞둔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겠다는 취지다.


차민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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