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 기간 공장 가동이 중단됐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또 나왔다. 앞선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노동조합 측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가 적용된 결과로 조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매출 감소가 증명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대체 판결이라는 논란에도 대법원이 또다시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현대차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 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 사건 모두 고정비용 상당 손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 부분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달 15일 대법원은 현대차가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5명을 상대로 낸 파업 손해배상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현대차 측이 고정비용에 불법 파업에 따른 가동 중단 시간을 나눠 손해액을 산정했는데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 간접적으로라도 증명됐다면 고정비용을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포함할 수 없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파업 종료 후 연장 및 휴일 근로로 부족한 생산량을 회복했다면 손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대차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가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수차례 울산공장을 점거해 벌인 파업에 대해 현대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현대차는 당시 파업으로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돼 고정비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를 상대로 총 5억 4600만 원을 청구했다. 노조 측은 “파업 종료 후 연장이나 휴일 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을 모두 회복해 예정된 판매 일정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가 예약판매 방식으로 판매되고 현대차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있어 자동차의 인도일이 다소 늦어진다고 해 바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정비용은 대체로 조업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차임·제세공과금·감가상각비·보험료 등으로 그동안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됐다. 해당 제품이 적자라거나 불황, 제품 결함 등으로 판매 가능성이 없는 등의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회사가 매출이익을 통해 제조 과정에 지출한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으나 파업으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현대차 측은 조업 중단 시간을 계산해 손해액을 산정했고 1·2심은 노조 측에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한 손해액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는지 아무런 심리나 판단을 하지 않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앞선 사건의 판례에 따라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노조를 상대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불법 파업이 인정되더라도 파업 종료 후 연장 및 휴일 근로로 생산량을 만회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별도의 손해액 입증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에 따라 그동안 1·2심에서 인정된 불법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액 판단이 줄줄이 뒤집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