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의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가 다음 달 24일 공개된다. 오픈AI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초거대 언어모델(LLM)과 경쟁할 토종 AI 기술의 출시가 한 달뒤로 다가온 것이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기술 개발 경쟁을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디지털 기술 주권'을 지켜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열린 초거대AI추진협의회 발족식에서 “한국어 중심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8월 24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더욱 고도화한 초거대 AI다. 50년 치의 뉴스와 9년 치의 블로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한국 사회의 법, 제도,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해 소통하는 능력을 갖췄다. 오픈AI의 'GPT-4'나 구글의 ‘팜2(PaLM2)’ 등 영어 중심 모델에 비해 한국어 특성에 맞춘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아울러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모델 대비 코딩과 영어에 대한 학습 비중을 늘리고 논리적 추론 능력도 끌어올렸다. 하 소장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3위 수준"이라며 "숫자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에 대한 디테일과 가치관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한국을 잘 알게 만들어야 고품질 콘텐츠로 우리의 AI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네이버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부 직원만 시험할 수 있었지만 6월 중순부터 전 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비스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 임직원들은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AI 비즈니스 리더는 지난달 16일 열린 '2023 메타버스+생성AI 서밋'에서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하이퍼클로바X가 챗GPT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퍼클로바X가 오픈AI와 구글이 앞서가고 있는 초거대 AI 경쟁 구도를 흔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하이퍼클로바X의 성공이 '디지털 기술 주권' 수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여름 하이퍼클로바X를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챗봇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서비스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금융, 교육, 커머스, 법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사업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는 기업·정부 고객에게 하이퍼클로바X를 구축형으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서다. 하 소장은 "많은 기업이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로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구동하는 생성 AI 서비스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고객 데이터와 도메인이 특화된 초거대 AI를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파트너십을 맺은 고객사만 사용할 수 있도록 '뉴로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면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는 연내 일본 기업용 협업 도구인 '라인웍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데이터주권 및 규제 준수 등을 보장하는 '소버린 AI' 전략으로 중동·동남아 등 제3국 시장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접촉하고 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지난 5월 30일 열린 애널리스트 초청 행사에서 "국가별로 문화적 코드나 종교적 신념 등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마다 AI를 보유하는 '소버린 AI' 형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AI 서비스의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 소장은 "앞으로 초거대 AI를 토대로 B2C, B2B, 기업 대 정부(B2G) 등 매우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고, 우리가 가진 '소버린(주권) AI'로 글로벌 진출(B2K)까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