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서 또 다시 비(非)행정고시 출신에 중책을 맡기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관료 사회에는 굳건한 행시 중심 문화가 자리한다. 현 정부가 공정 가치를 내건 상황에서 고용부의 이번 인사는 관료 사회 스스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2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3일자 발령인 22명 대상 과장급 전보 인사에서 김초경 근로감독기획과장을 장관비서관으로 선임했다.
김 비서관은 9급 공채 출신이다. 김 비서관처럼 9급 공채 출신이 장관비서관을 맡은 것은 2010년 고용노동부(옛 노동부)로 출범한 이후 13년 만이다.
김 비서관은 1989년부터 고용부에 들어와 고용부뿐만 아니라 주요 지청 등 여러 노사 현장을 경험하고 정책을 만들었다. 김 비서관이 장관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장관의 입과 귀’인 장관비서관에 낙점된 배경이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현장의 어려움과 바람이 장관에게 직접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며 “비고시 출신도 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고용부는 이미 성별이 인사 기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김 비서관처럼 여성 과장이 중요 업무 과장을 맡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현재 노동개혁 관련 주요 자리에도 여성 과장이 전면배치됐다.
이번 비고시 출신 발탁 인사는 현 정부와 정권 초대 고용부 장관인 이정식 장관의 의지기도 하다. 작년 5월 이 장관은 취임 후 첫 인사로 9급 공채 출신인 정병팔 과장을 운영지원과장에 발탁했다. 운영지원과장은 인사, 교육 등 부처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9급 출신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행시 출신이 핵심 보직인 운영지원과장을 맡아왔다. 고용부는 정 과장을 중용하면서 이번 인사처럼 고시 이력 보다 능력과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인사 철학을 예고했다. 당시 이 장관은 “일 잘하는 사람을 쓰는 게(중용하는 게) 공직 인사에서 공직의 가치”라고 말했다.
고용부의 공정 인사 행보가 다른 부처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최근 교육부는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나눠 먹기’식으로 인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인사 대상자 복귀 등 쇄신안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