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통일부, 北지원부 아냐”…대북정책 쇄신 메시지

"정권 바뀌고도 전혀 안 움직여"

차관 내정자 만찬자리서 밝혀

통일부 향해선 "北지원부 아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예고에

일부 부처선 1급 전원 사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자들에게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은 국정철학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대통령실과 관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장·차관급 인사 발표 전날이었던 지난달 28일 차관 내정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추지 않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헌법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를 규정하고 있는데 일부 공무원들이 특정 이익 단체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이념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적 쇄신론은 정부 부처가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 또는 지시와 동떨어진 정책을 발표하며 국민적인 혼선을 빚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직전인 5월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 등을 지적하며 “새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불호령에도 현장에서는 정책 엇박자가 지속됐다. 결국 이달 초 간호법 논란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경질됐다. 또 교육부가 최근 대입 제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자 윤 대통령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했다. 급기야 대통령실은 교육부를 향해 사교육계와 얽힌 이권 카르텔화를 질책하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개혁 완수를 위한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의 칼 끝은 이제 통일부를 향하는 분위기다. 2일 대통령실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지명된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번 쇄신론에 따라 각 부처는 고위 공무원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부처에서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인사에 앞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공직 사회 인적 쇄신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추가 개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임 방송통신위원장도 내정해야 한다.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