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서만 매일 107곳에 '확성기 공해'…뿔난 주민들 "민폐시위 제발 그만"

■'집회 몸살' 앓는 대한민국

지난해 전국 신고건수 17만여건

아침 7시부터 몰려들어 고성방가

교통체증에 5분 거리 30분 걸려

광화문·대통령실 주민 피해 집중

"헌법 보장해도 무제한 권리 아냐"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가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3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얼음 깨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가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3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얼음 깨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시의회 앞에서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시의회 앞에서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주간 총파업 투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기에 경찰 경고 방송까지 서로 엉기며 대통령실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집회 장소와 멀지 않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주변 아파트에 아이들도 많이 사는데 한 번은 아이 부모가 와서 자녀가 집회 구호를 따라한다고 시위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최근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집회나 1인 시위가 잇따르면서 도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집회 주최 측의 과도한 소음과 차도 점거로 인한 피해가 교통 혼잡만은 아니다. 이곳을 경제적,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집회 신고 건수는 3만 903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에만 107건의 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열린 셈이다.

2018년 2만 9592건이었던 집회 신고는 2019년 3만 6551건으로 증가한 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3만 4944건, 2021년 3만 3497건으로 감소했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다. 올해 5월 말까지 신고된 집회 건수는 1만 5000여 건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으로 시야를 넓힐 경우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가히 ‘집회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2018년 8만 1358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19년 12만 9637건, 2020년 13만 8636건, 2021년 15만 729건, 2022년 17만 1911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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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가 일상이 되면서 시민들이 소음과 교통 혼잡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크고 작은 피해를 겪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65㏈(주거지역 기준)을 넘거나 최고 소음 기준인 85㏈을 1시간 동안 세 차례 이상 넘기면 규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거나 큰 소리를 간헐적으로 낼 경우 제재 수단이 없다.

민주노총 7월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승현 기자민주노총 7월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집회가 많이 열리는 광화문 인근에 거주하는 20대 김 모 씨는 “인근에서 시위가 있으면 평소 5분이면 가는 거리를 30분이 걸려도 못 가는 경우가 있다”며 “아침 7시부터 노래를 틀고 시위를 이어나갈 때면 정말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 역시 계속된 집회에 직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용산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50대 김 모 씨는 “이곳에 8년 있었는데 원래 조용하고 평온한 동네였지만 요즘 집회로 인한 교통 흐름과 소음 때문에 힘들다”며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 사람들이 밀려오는데 가게 창문에 신체 일부분이 닿는 경우도 있어 혹시 유리가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로 기업 사옥이나 기관 앞에 걸린 원색적인 표현들로 가득한 현수막과 천막들 역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집시법상 집회 준비물로 신고되면 내걸 수 있는 현수막 숫자에 사실상 제한은 없다.

전문가들은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민들의 기본권 역시 중요한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여러 국가 역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확성기 등을 사용하려면 일 단위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워싱턴 DC는 상업 지역 기준 주간 65㏈, 야간 60㏈을 넘지 않도록 해 우리나라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 일본 역시 국회의사당, 외국 공관 등에서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는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85㏈을 초과하는 소음을 제재하고 있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기 주장을 알리기 위해 집회하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고 해서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법률을 단순히 강화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 부분을 악법이라고 생각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는 만큼 집시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우인 기자·이승령 기자·정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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