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금감원 "증권사들, 채권 손실 보전해 수백억 손해…반드시 근절"

"조사 결과 랩·신탁 계좌로 만기 미스매칭 파악"

"고유자산 팔아 손실 메워…투자책임원칙 훼손"

"고객 대다수도 영세법인 아닌 대기업·연기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른바 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철저한 조사로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금감원은 3일 입장 자료를 내고 “채권형 랩·신탁의 불건전 영업 관행을 근절해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5월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 강도 높은 관련 검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는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상대로도 2주간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이후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법을 어기고 투자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 때문이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가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쓰는 행태를 파악했다고 꼬집었다. 단기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한 고객의 의도와 배치되는 전략이라는 지적이었다. 금감원은 또 장기 CP 등은 가격 변동 위험이 높은데도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에 대비한 위험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고객 자산에 평가 손실이 발생하자 자기가 보유한 고유 자산을 고가에 매도해 이를 보전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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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는 법인 고액 투자자를 위해 실적 배당 상품인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용하고 법인 고액투자자는 투자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며 “특히 고유자산 등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한 행위는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특별한 운용 전략도 없이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 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몇몇 증권사는 이 같은 방식을 따르다가 최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경영 손실까지 입었다. 대상 고객도 영세 법인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연기금·공제회와 같은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는 금리 급등 시기에 보유 자산에 평가 손실이 누적되는데도 매매·교체 등을 통한 위험 관리 조치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확인된 위법 사항은 엄정 조치해 시장 질서를 바로 잡고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로 선정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초에도 업무계획을 공개하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파킹·자전거래 등 불건전 영업 행위와 위험 요인을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전 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을, 파킹은 매수 채권을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거래를 뜻한다. 금감원은 3월 16일에도 금융 감독 업무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증권사들에 재차 알렸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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