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로터리]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균형감각

정우용 상장사협회 정책부회장





최근 자본시장의 화두는 단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해소와 소액주주권 보호다.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이미 다양한 제도가 개선됐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과도하게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자기주식 의무 소각과 보유 한도를 설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래된 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늘 뒤따른다. 최근 흐름을 보면 2014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폐지 과정이 떠오른다. 과거 상법은 주주총회 성립 요건으로 총주식 보유자의 과반 출석을 요구했다. 이른바 ‘의사정족수’ 규정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주총 개최 자체가 어렵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섀도보팅제도가 도입됐다. 참석한 주주의 투표 결과로 안건 통과를 인정해 주총이 아예 열리지도 못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이 제도가 주총을 형식화하고 주주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문제는 또 생겼다. 섀도보팅이 없어지면서 주총에서 보통결의는 물론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해 기업들이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행히 정부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하고 폐지를 3년간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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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별도 대책은 없었고 결국 제도가 2017년 폐지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듬해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이 340개사에 달하며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정부는 2020년 전자투표 도입을 전제로 의결정족수 부분을 개선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섀도보팅제도 폐지와 감사 선임 불발 대란은 주총이 형식화한다는 목소리만 고려하다 다른 규제와 결합할 때 생기는 영향력 등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안일함이 낳은 결과다.

최근의 자기주식 관련 논의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까 우려스럽다. 자기주식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2011년 개정 상법 해설서에는 ‘포이즌필(신주 인수 선택권)’ 도입을 무산시키며 ‘자기주식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자기주식제도 개정의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는 셈이다. 이 부분을 고치려면 새로운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자기주식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초래된다는 것도 입증된 적이 없다. 자기주식은 기업의 구조 조정과 전략적 제휴 시 자사주 맞교환, 교환사채(EB) 발행,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 이익 소각, 우리사주조합의 출연 등에 활용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제도도 필요하다.

제도 개선은 부작용 해소라는 단편적인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제도와의 연관성 등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기업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즉흥적인 처방이 아닌 기업을 둘러싼 제도 전반을 시야에 넣고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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