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사람in]“과학강국 열쇠는 ‘융합’…해외 한인 인재와 힘 모아야”

이진형 스탠퍼드대 종신교수

글로벌 한인 과학기술 리더십 필요

해외 인재에도 연구비 지원해줘야

전자공학·뇌과학 융합연구 선구자

뇌질환 치료 SW 연내 상용화 계획

뇌과학 기반 인공지능 연구 도전


“한국이 반도체·원자력·우주·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을 키우고 있지만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술 간 융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한인 과학자들과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진형(45·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과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 한인 과학계 차원에서 과학기술 리더십(주도권)을 갖춰나가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5일 개막하는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 교수는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종신교수로 임명된 대표적인 글로벌 한인 과학자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전자공학을 뇌과학에 접목시킨 융합 연구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는 최고 영예상인 ‘파이어니어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융합 방식으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효과적으로 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려면 해외 한인 과학자라는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해 연구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재외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원 수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인 과학자는 약 2만 명이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 리더십은 몇 년의 투자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만 보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10년이 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최소 10년은 인내심 있게 투자해야 해당 분야에서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데 이미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에 토양이 마련되기 전부터 각자 분야에 선구적으로 진출해 20~30년씩 몸담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 기자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은 국내 연구 리소스(자원)를 해외에서 쓸 수 없고 저와 같은 한인 과학자가 한국에서 교류할 방법이 많지 않은데, 한국의 경쟁자는 한인 과학자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해외 과학자에게도 연구비 지원을 해줘야 국내외 교류와 공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견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닿는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전날 취임사를 통해 “반드시 국내에서 연구개발(R&D)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해외로 나아가 어떻게 세계 최고를 이뤄내는지 직접 체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대표적 융합 사례인 의과학자 양성에 대해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중간 형태를 키우는 것은 좋지 않다”며 맹목적 융합을 경계했다. 그는 “확실한 문제 해결 목적을 갖고 그 수단으로 양쪽 전문성을 두루 갖추게 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공학박사 학위를 따는 경우도 많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날 ‘뇌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해외 한인 석학 특별 강연에서도 국내외 과학자에게 이 같은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자회로처럼 뇌 회로를 완전히 분석한다면 의학계 난제인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융합 연구 1년 만인 2010년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후 2013년 스타트업 ‘엘비스’를 창업한 이 교수는 뇌 회로 분석을 통해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 ‘뉴로매치’를 개발해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중이다.

이날 휴온스메디텍과 제품 생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연내 상용화를 계획 중”이라며 “뇌전증을 시작으로 치매, 파킨슨병, 수면 장애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동안 공학을 뇌과학에 적용해왔다면 이제는 반대로 뇌과학 이해력을 공학에 적용한 ‘뇌 기반 인공지능(AI)’을 연구 중”이라며 “AI는 결국 뇌에 관한 문제를 풀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