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능력에서 인간의 한계를 가늠하는 대표적 스포츠로 마라톤을 꼽을 수 있다. 60여 년 전 세계신기록을 매번 경신하면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마라토너가 있었다. 맨발로 달려 더 유명했던 아베베 비킬라가 그 주인공이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그가 세운 2시간 15분 16초의 기록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라톤 역사에 2시간이라는 한계를 돌파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현존하는 공인기록은 케냐의 육상 영웅 엘리우드 킵초게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달성한 것으로 2시간 1분 9초다. 비교하면 6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단축된 기록은 14분여에 불과하다. 가까운 미래에 1분 9초의 벽이 돌파될 것으로 생각하기 힘든 이유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AI)의 세계에는 ‘마의 벽’이 없는 듯하다.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오히려 AI의 발전은 가속화하고 있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는 그 중심에 있다.
AI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일까? 생성형 AI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업계에서는 ‘매개변수’라는 용어를 많이 언급한다. 매개변수의 크기가 모델의 성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인간의 신경망 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도체 용어로 치면 집적도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매개변수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모델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두 업체들은 매개변수의 크기와 최적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챗GPT 시대의 서막을 알린 오픈AI가 2018년 처음 밝혔던 매개변수는 1억 1700만 개에 그쳤다. 그러나 2020년에는 1750억 개의 모델을 발표했고 2023년 모델에서 매개변수의 크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 단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4년 만에 경신된 속도를 감안하면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매번 신기록을 빠른 속도로 경신하고 있으니 당연해 보인다. 주식시장의 역사는 가속적인 기술 혁신, 신기록 경신에 큰 선물을 안겨준 경험이 있다.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모바일 기술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얼마나 큰 수익을 창출했는지 돌아보면 알 것이다.
우리가 지금 빅테크라고 부르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과거 그 한계를 넘어섰던 기업들이다. 그 기업들이 이제는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융합해 AI로 무장하면서 또 다른 한계를 넘어서려고 한다.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투자와 연결해야 할 국면이라고 판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3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과 기업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새로운 대안들이 발견되고 신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과 잡음도 적지 않겠지만 방향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AI에 있으니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