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행사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브랜트 라이델 시장과 테일러시가 속한 윌리엄슨카운티의 빌 그라벨 군수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한글이 병기된 명함을 건네며 한국 기업들과 언제든 대화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였다.
텍사스가 한미 경제·기술협력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 캘리포니아에 이어 국내총생산(GDP)이 두 번째로 높다. 한·텍사스 교역액은 지난해 328억 달러로 2021년 대비 14% 증가했다. 교역액으로 보면 한국은 멕시코·캐나다·중국에 이어 텍사스의 4위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휴스턴시에는 SK·현대 등 에너지 관련 우리 기업들이 빠짐없이 진출해 있고 오스틴시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반도체 관련 협력사들의 진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SK시그넷 등 국내외 대기업 협력 업체들과 바이오 기업들의 텍사스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에는 한미 양국 정상이 협력 확대를 약속한 반도체·우주·바이오 등 첨단 기술 기업이 몰려 있다. 삼성전자가 위치한 오스틴시는 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 등 북미 최대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센터 밀집 지역으로 실리콘힐이라고 불린다. 삼성이 오스틴시와 가까운 테일러시에 추가로 공장을 신설함에 따라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를 국내 기업 동반 진출과 연관 수출 확대로 연계해 양국 공급망 협력이 우리 반도체 산업 성장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총영사관이 위치한 휴스턴시에는 세계 최대 의료 단지인 TMC(Texas Medical Center)가 위치해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MD앤더슨암센터를 포함해 60여 개의 의료 기관이 모여 있고 10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휴스턴시는 앞으로 5년 내 60만 평 규모의 자체 의약품 생산 시설인 바이오포트를 건설해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용 인원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고 한다. 국내 우수한 바이오 기업들과 TMC 간 임상시험, 제품 상용화 협업, 전문가 교류 등을 통해 미국 바이오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텍사스에는 유인 우주 임무 컨트롤타워이자 우주비행사 훈련 본거지인 나사존슨스페이스센터와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들의 주요 시설도 들어서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이 달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이제 우주탐사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오일 가스뿐만 아니라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수소·암모니아와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CCU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텍사스의 충분한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실증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중요한 해다. 우수한 첨단 기술 인프라를 보유한 텍사스에서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해 텍사스가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과학기술 협력의 중심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