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 논란으로 한동안 경색된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중국이 고위급 면담을 통해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양국이 13~14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장관회담을 통한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최영삼 차관보는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를 잇달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한중 외교 당국의 차관급 이상 인사들이 대면 접촉을 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한중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양측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앞서 중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한국 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왔다. 이에 최 차관보가 “한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돼왔다”고 확인하면서 양국의 고위급 대화 개최 자체를 막아선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은 북핵 문제와 한중일 3국간 협력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이번 협상이 충분히 건설적이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한중이)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불가분의 동반자로서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대화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