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회장' 대신 '대표', 반바지도 OK…구광모 젊은 리더십, 조직 문화 바꾸다

[매출 1000조 빅5 NOW] <4>LG그룹

격식보다는 '실용주의' 경영철학

호칭부터 임원 회의·시무식까지

달라진 '뉴LG' 조직문화 엿보여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3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를 찾아 미래 사업 분야 400명의 연구개발 인재들에게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LG구광모 LG그룹 회장이 3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를 찾아 미래 사업 분야 400명의 연구개발 인재들에게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LG




‘형식보다는 가치, 격식보다는 실용.’

40대 총수의 젊은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LG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실용주의 문화가 LG그룹 전반에 스며드는 동안 LG그룹 시가총액은 세 배가량 성장했고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용주의 성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는 호칭이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이후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주회사 대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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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 취임 이후 5년간 LG그룹의 조직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다. 2021년 LG는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유연하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다. 제도 시행 2년이 지난 현재도 여의도 LG트윈타워 근처를 지나다 보면 반바지나 샌들을 착용한 직원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복식부터 시작한 실용주의 조직 문화는 전반적인 업무 풍토까지 바꿔놓았다. 우선 LG 최고경영진 회의 풍경부터 달라졌다. 매 분기 400여 명이 참석하던 임원 세미나는 50명 미만으로 규모를 줄였다. 회의 방식도 바뀌었다. 임원들이 모여 보고를 하고 경영 메시지를 전달 받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안건에 따라 주제를 달리 정하고 토론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인원이 줄어든 대신 회의 내용에서 실속을 챙기는 셈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시무식 풍경도 바뀌었다. 구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첫 시무식을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했다. 기존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장소를 옮겼고 복장도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었다. 2020년부터는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e메일로 신년 인사가 담긴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21년 신년사부터는 연초가 아닌 연말에 신년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다.

거의 매달 이뤄지는 구 회장의 계열사 현장 방문도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상태에서 ‘조용히’ 이뤄진다. 현장 직원들조차 구 회장 방문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생길 정도다. 의전 때문에 업무 부담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만날 때면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 없이 말해 달라”는 질문도 잊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대표로서 계열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려는 면모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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