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러시아 국빈 방문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쓰지 말라고 개인적으로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FT가 중국과 서방 관리들을 인용한 보도를 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 가운데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면서 암묵적 지원군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려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언행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한 전직 중국 정부 당국자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핵무기를 쓰지 말라고 언급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공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견지해 왔다. 하지만 중·러 관계가 가깝다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FT에 “푸틴의 핵무기 사용을 막는 일은 유럽과의 손상된 관계를 복구하려 노력하는 중국 정부 캠페인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관리들 사이에서 사적으로 시 주석이 푸틴에게 핵 사용이라는 옵션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 역시 FT에 “모든 수준에서 중국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판이다. 이 경우 중러 관계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혹은 유럽 국가들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스인훙 베이징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쓴다면 중국은 러시아와 더 거리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최근 벨라루스에 전술핵 탄두를 전달한 사실이 변수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유라시아센터 소장은 “핵무기가 푸틴이 전쟁에서 파국적으로 패하는 상황에 대비한 궁극적 보험”이라며 중국조차 푸틴을 완전히 제지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아니다,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러시아와 중국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핵 위협을 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모든 전쟁은, 심지어 세계 대전조차도 매우 신속히 끝날 수 있다"며 "이는 평화 조약 서명이나, 또는 미국이 1945년에 했던 것처럼 함으로써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