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싸이 흠뻑쇼에 다녀왔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은 한 달 전부터 나에게 챙겨 먹어라, 운동해라, 잔소리를 했다. 운동경기 출전을 앞둔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서 보는 콘서트가 아니라 몇 시간 동안 계속 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콘서트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잠실체육관 주변은 파란색 옷의 물결로 가득 찼다. 표를 내고 들어가니 비닐 가방에 우비를 하나씩 나눠줬다. 그렇지만 그 우비는 공연 때 입는 게 아니라 흠뻑 젖어서 집에 갈 때 보온용으로 입는 게 정설이라고 했다. 콘서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잠실운동장 물줄기 속에서 같이 노래하고 뛰고 앙코르를 외쳤다. 그 순간 그곳에 함께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웬만한 소도시 크기의 대규모 음악 축제다. 데이비드 보위,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엘튼 존 같은 스타 라인업을 내세우는 유서 깊은 페스티벌이다. 영국의 우기인 6월 말에 개최돼 공연장은 진흙탕이 되고 샤워할 곳도 마땅치 않은 악조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 가방을 끌고 가면서도 즐거워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미디어에 종종 나온다. 그들은 음악뿐 아니라 거기에서 넘쳐나는 공동체 의식이 이 페스티벌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한다. 군중이 쏟아져 나올 때도 힘들어하는 사람을 서로 도와주고 2000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쓰레기를 줍고 뒤처리를 할 때도 협동 정신이 잘 드러난다.
미국의 코첼라 페스티벌은 캘리포니아 남부 콜로라도 밸리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로 참가자 수가 20만여 명에 달한다. 비욘세의 코첼라 공연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전설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올 4월에는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로 등장해서 관객을 열광시켰다. 한국말로 떼창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전 세계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생한 감동을 준다. 코첼라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화려한 무대보다 서로 연결돼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현대는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운 시대가 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청년이 60만 명에 이른다. 지난 5년 동안 집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혼자서 일하는 경제구조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문화는 사회적 고립을 촉진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두려울 때 특히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한다. 어딘가에 속해 있고 그 집단에서 자신을 이해받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들은 다른 집단을 공격하고 비인간화하는 경향이 커진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진 시대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싸이 흠뻑쇼에 함께 갔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어제 싸이 공연에서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고맙더라.” 진정으로 우리가 찾는 것은 어딘가에 소속돼 있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