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K뷰티 주자들의 질주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이 2년 연속 10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자국 제품 선호 현상에 후·설화수 등 대표 K뷰티 주자들의 수출 실적이 주춤한 반면 3CE·클리오(237880) 등 중소 브랜드가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을 재빠르게 파고든 결과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수출액은 10조 2751억 원으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10조 원을 돌파했다. 규모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여파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 자체 평가다. 이로써 한국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국가별 화장품 수출실적 전 세계 4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작년 화장품 수입액은 1조 7120억 원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출국의 다변화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수출한 국가 수는 2021년 153개에서 지난해 163개로 늘었다. 국가별 화장품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필리핀이 44.4%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이어 캐나다(40.8%), 키르기스스탄(33.2%), 베트남(23.4%), 대만(21.1%) 등도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K뷰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26% 감소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수출액에서 중국 비중도 2021년 53.2%에서 지난해 45.4%로 낮아졌다.
수출국 다변화는 차세대 K뷰티 주자들이 이끌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업체는 총 1만119개로 처음으로 1만 개를 돌파했다. 2013년의 1895개와 비교해 10년 만에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색조 화장품 전문 기업 클리오와 '3CE'를 운영하는 난다는 이번에 처음으로 생산 순위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난다는 글로벌 뷰티 기업인 로레알이 인수한 국내 뷰티 업체다. 클리오의 올 1분기 미국과 동남아시아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 107%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뷰티 브랜드는 고객 반응을 살핀 뒤 빠르게 물량을 조절하는 반응 생산이 가능한데다, SNS 마케팅으로 해외 10~20대를 공략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대기업은 생산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 '후 천기단 화현로션'의 지난해 생산액은 22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모델로 틸다 스윈튼과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발탁하고, LG생활건강은 후의 새 라인인 '로얄 레지나'에서 한자 대신 영문 표기를 도입하는 등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추세다. 증권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해외 실적 중 비(非)중국 영업이익 비중이 올해 30% 이상까지 늘고, 향후 매출 비중 역시 2~3년 내에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