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사업을 놓고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 선언을 한 데 대해 이준석(사진)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급발진’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날 원 장관의 고속도로 사업 취소 발표를 놓고 "'원안을 왜 변경하게 되었냐'가 국민 의혹 요체라면 최소한 기준점은 원안대로 추진이다. 그런데 급발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 장관이) '고속도로 계획 자체를 폐기한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그 다음 표현이 더 급발진이라고 생각한 건 '할 거면 다음 정부에서 해라', 다음에 우리가 집권할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원 장관이 '독자적 결정'이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진짜 상의가 없었다면 대통령이 굉장히 화내야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사업 전면중단에 대해 원 장관이 조금 더 설명을 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걸 처리했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는 인상이 남았다”라며 “이는 양평군민·일반 국민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보여준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 장관은 결국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대해 ‘내가 뒤집어쓰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해당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는 ‘누군가’의 특혜에 대한 프레임이 강했는데 어젯밤쯤부터 여론이 ‘원희룡 왜 저래’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심이 원 장관을 향해 있지만 원 장관은 양평 쪽에 땅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며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문제에서 ‘원희룡 왜 저래’로 관심이 선회된 것을 보면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는 농담처럼 나오는 말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들은 대개 자신과 관계없는 일로 비판받을 때 급발진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원 장관이 정치생명을 건다는 것은 해당 의혹이 자신과 관계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또 “원 장관은 앞서 제주도지사만 8년을 한 사람이다. 그동안 국비사업·도로사업 하나를 따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라며 “그런 사람의 입에서 고속도로 백지화라는 전무후무한 표현이 나온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날 같은 사안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원 장관과 여당을 공박하기도 했다.
그는 “원안 추진도 아니고 백지화는 누가 봐도 뜬금포”라며 “백지화가 당정에서 논의되지 않은 개인적인 급발진이어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급발진이 아니고 당정이 상의 끝에 내린 작전이라는 가정이라면 1.백지화 2.민주당 때문에 숙원 사업이 날아갔다고 주민들에 호소 3.총선 때 그 지역에서 심판론 만들기, 이렇게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개인적인 급발진이라고 믿고 싶다. 후자(당정이 상의 끝에 내린 작전)라면 도대체 초강세 지역인 양평에 왜 저런 걸 거는지 알 수가 없다”며 “양평은 가만히 있어도 후보만 이상하게 안 내면 보수 정당 찍어주는 곳이다. 거기에 민주당 욕해서 뭐 대단한 이득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여럿이 모여서 짠 작전의 수준이 저거라면 저 사람들은 나중에 선거를 지휘하면 안 된다”며 “총선은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전장이지 양평군 득표 80% 이런 걸 목표로 하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원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실무 당정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라며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 날을 세웠다.
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7년째 추진돼 왔다. 지난 3월 종점이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 땅 근처인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돼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