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새내기 5곳 중 1곳만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자 경영에도 성장성을 근거로 상장을 추진한 바이오업체들이 저조한 실적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때문이다. 고금리가 하반기 지속될 것으로 보여 IPO를 앞둔 바이오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증시에 데뷔한 바이오 기업은 바이오인프라(199730)와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큐라티스(348080), 프로테옴텍(303360) 등 5개사로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이들은 지난 7일 일제히 전 거래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특히 지아이이노베이션을 제외한 4개사는 공모가 보다 낮은 주가 수준을 보였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인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공모가를 희망가격 범위 상단인 1만 8000원에 확정했지만 현재 주가는 9900원으로 공모가 대비 45%나 낮다. 임상시험기관(CRO) 기업인 바이오인프라 역시 희망가 최상단에 공모가(2만 1000원)를 확정했지만 현재 공모가 대비 -17.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고평가 논란에 공모가를 낮춘 기업들마저 수익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이긴 마찬가지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 기업 프로테옴텍(공모가 4500원)과 백신 개발 기업 큐라티스(공모가 4000원)는 7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각각 -17.1%, -24.8%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들 기업은 상장 당일 ‘반짝 급등’ 후 가파르게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바이오 기업의 주가 부진은 미래 실적 회복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탓이다. 바이오인프라는 1분기 매출이 6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영업 적자로 전환했다. 증권신고서에서 “상반기부터 수주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결과다.
특히 바이오 스타트업 대부분은 주력 파이프라인 상용화 전까진 적자여서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실적 부진의 여파를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증권신고서에서 올 매출 47억 원, 영업손실 85억 원을 전망했는데 1분기 매출은 1409만 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은 벌써 21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급감한 큐라티스와 프로테옴텍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흥행에 모두 실패하고 주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상장일 가격 제한폭 완화 조치로 공모주들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바이오 새내기주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파로스아이바이오가 10~11일 수요예측에 돌입힌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억 원, 영업손실은 106억 원에 달했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흥행 부진을 우려해 상장일로부터 6개월 간 환매청구권을 자발적으로 걸기도 했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공모주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의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세포 분석 공정 자동화 기업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27~28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지난해 매출 72억 원, 영업손실 114억 원을 기록했다. 올 해 온기 기준 매출 136억 원, 영업손실 7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지만 1분기 실적은 매출 22억 원, 영업손실 24억 원으로 나타났다. 기대에 비해 매출은 적고 영업손실은 컸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