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경기 저점론’을 공식화한 것이다.
KDI는 9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을 통해 “서비스업의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됐다”며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KDI가 올 들어 내놓은 경기 진단 중 가장 긍정적이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 전망에도 부합한다. 앞서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 저점론을 시사한 바 있다. 올 3월 ‘경기 부진’을 공식화한 후 3개월 만이었다.
KDI가 주목한 지표 중 하나는 반도체 수출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며 5월(-36.2%)보다 감소 폭이 8.2%포인트 축소됐다. 올 5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1% 늘며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에 반도체 생산 감소 폭도 올 4월 -21.1%에서 5월 -16.7%로 완화됐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소비심리 개선도 언급했다. KDI는 “소비 증가세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내구재 소매 판매가 증가하고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개선되며 향후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CCSI는 100.7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102.9) 이후 1년 1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을 웃돌았다. CCSI가 100을 웃돌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설비·건설투자 수요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수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의 경우 5월 기준 72.9%로 전월(70.9%) 대비 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KDI는 건설투자에 대해서도 “선행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투자 증가세가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경기 저점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DI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와 제조업 중심의 경기 하방 리스크를 지적했다. KDI는 “세계경제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미국은 금리 인상 영향으로 생산이 둔화되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