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의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본예산 처리가 늦어져 초유의 준예산 사태로 출발한 고양시는 시장의 업무추진비 삭감과 잇단 조직개편안 부결 등 사사건건 시의회와 부딪혔다. 시장과 시의장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시청사 이전 등 고양시의 역점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6일 고양시에 따르면 최근 이동환 시장이 시의회를 향해 ‘월권 남용’을 지적하자 김영식 의장은 ‘소통 부족’으로 맞서며 서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5일 시청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시의회와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할을 뛰어 넘으면 월권이라고 한다”며 시의회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고, 한쪽 주장만으로 소통이 되고 안되고를 결정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만 역할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이를 뛰어 넘으면 월권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 역할을 제대로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김 의장은 이 시장의 지적에 대해 “시장과 시의회가 소통 부재로 지년 1년간 커다란 화합은 없었다며 시청사 이전과 시의회의 인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이 시장은 시의회와 어떤 협의도 없이 시청사의 백석동 이전 발표를 했고 시정질문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시청사 이전과 관련해 고양시민이 청구한 경기도 감사에서도 시의회 과반수 동의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시의회 인사권도 시장의 협조를 구했으나 수차례에 걸쳐 실패한 만큼 올해 시의회에 파견된 직원을 복귀시키고 인사권 독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시장과 시의장이 갈등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은 커지는 것은 물론 핵심 사업들이 번번히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공직자들의 업무 의지마저 꺾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의회 정례회 폐회를 앞두고 이 시장이 4박 6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나 적절치 않은 처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시장의 출장으로 행정사무감사결과 보고는 물론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37건의 민생 안건과 각종 결의안이 보류됐다. 유럽 출장을 다녀 온 이 시장은 지난 1일 또 다시 인도네시아로 떠난 뒤 5일 귀국했지만 집행부는 시의회 개회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김정원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의 원리상 집행부와 의회의 견제와 비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며 “양자가 대립할 때는 항상 유권자인 주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