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시공 결정이 바람직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선례가 애초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죠.”
올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시공사인 GS건설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리자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GS건설은 이미 공정률이 60%에 달했던 아파트 단지를 모조리 철거하고 다시 공사를 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전면 재시공 비용으로 GS건설이 추산한 금액은 약 5년에 걸쳐 5500억 원이다.
GS건설은 검단아파트 말고도 올 들어 각종 아파트 하자 문제에 연루된 터라 브랜드 가치와 고객 신뢰도 추락을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재시공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전면 재시공이 입주 예정자들을 안심시키는 가장 타당하고 안전한 방안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검단아파트 공사의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방안을 적극 수용하고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원칙이 적용될 여지도 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간절히 원하는 점은 이러한 후진국적인 공사 사고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국내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LH가 시행하고 국내 최고의 건설사로 평가받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고 사후 대처가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더 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나오지 않도록 건설 업계의 뼈저린 반성과 향후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건설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너무나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부실 설계·시공을 하면 업계에서 퇴출된다는 각오로 앞으로 공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최고의 브랜드로 각광받았던 아파트를 조롱하는 패러디들이 넘쳐나고 있다. 비단 GS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국내 건설사들을 향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의 부도덕한 실무 관행을 개선하고 품질관리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 더 이상 ‘바람직한 선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