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시장 냉각으로 회수 속도가 더뎌진 벤처기업에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 펀드 결성에 나섰다. 기존에 벤처기업에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펀드 지분을 다른 기관에 팔아 투자금을 우선 회수하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관투자자가 펀드에 참여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금 회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기관투자자 역시 당장 상장이나 경영권 매각이 어려운 벤처기업에 투자 펀드 만기가 오더라도 출자금을 회수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됐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K-Growth 세컨더리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2호(가칭)'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몇몇 민간 금융사를 대상으로 펀드 출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성장금융은 2022년 초 405억 원 규모 'K-Growth 세컨더리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결성해 운용 중인데, 2호 펀드는 목표금액을 더욱 늘렸다.
기관투자자(LP)지분 유동화 펀드로 불리는 이번 펀드는 세컨더리펀드(한 번 투자한 기업에 재투자하는 펀드)의 종류 중 하나다. 개별 기업의 구주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벤처기업 투자펀드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펀드를 통해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새로 펀드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자는 벤처기업에 수년 간 성장의 기회를 준 뒤 더 높은 가치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펀드 만기 연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10년 이상 기간을 지나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았다.
성장금융 2호 펀드의 규모는 최소 500억~6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혹은 내년 상반기 중 결성이 완료되면 기존 운용규모에 더해 총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운용사들 중에서도 드문 대규모다.
성장금융이 2022년 2월 결성한 1호 펀드는 약 1년 5개월 만에 약정액의 70% 이상인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 건당 투자 금액이 50억~80억 원 규모여서 조만간 전체 펀드 투자가 완료될 전망이다.
그동안 성장금융은 1호 펀드를 통해 약 6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가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 '로즈골드 3호'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로즈골드 3호의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에어퍼스트, 우리금융지주(316140), 쏘카(403550), 케이뱅크 등이 있다.
성장금융뿐 아니라 국내 민간 운용사들도 이 같은 펀드를 운용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LP지분 유동화펀드는 위벤처스의 '위LP지분유동화펀드1호(약정액 510억 원)',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얼머스 2022 세컨더리 투자조합(430억 원)' 등으로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LP지분 세컨더리 투자 분야에 관심 있는 운용사가 부족해 민간 주도의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성장금융이 보유한 LP와 운용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구조의 LP 지분 거래 사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