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오늘도 쉽니다"

정우용 상장사협회 정책부회장





‘오늘은 쉽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 붙은 문구를 보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어쩌다 한번 문을 닫으면 사정이 있겠거니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수차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식당의 신뢰도와 매력도가 차츰 떨어져 소비자는 자연스레 그 식당에 발길을 끊게 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열흘째다. 매년 벌어지는 대규모 파업은 외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한국을 ‘파업 다발국가’로 낙인찍히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10년간(2012~2021년) 임금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연평균 38.8일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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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파업이 잦기로 유명한 미국(8.0일), 영국(18.5일)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웃나라 일본(0.2일)에 비하면 무려 196배에 달한다. ‘파업 다발국가’라는 수식어가 단순한 오명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불시에 여러 번 문을 닫는 식당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것처럼 잦은 파업은 기업의 신뢰도와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2011년 금융파업이 일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비우호적(unpleasant)’이 돼간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17년 대비 71.1% 증가했지만 외국 기업의 한국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32.7%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볼 때 파업이 잦은 국가라는 이미지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이 자명해 보인다.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기업은 정상 영업을 위해 끝없이 몸부림친다.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이 중단됨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3일에도 택배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택배 업계는 대체 차량과 인력을 동원해 업무를 정상 궤도에 올렸다. 현재 노조법상 파업 시 대체근로는 전면 불가하지만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이기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행정법원의 판례로 인해 특수고용직마저 대체근로가 불가할 위기에 놓여 있다. 파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릴 처지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축소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자를 상대로 파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화와 협상 대신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파업 만능주의’가 더욱 팽배해질 우려가 크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도, 내일도 쉬는 식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하루빨리 노사 관계 불평등을 바로잡고 ‘파업 다발국가’의 이미지를 탈피해 ‘정상 영업 국가’로서 외국인 투자 유치와 그에 따른 고용 증대, 더 나아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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